"2주동안 집에서 아빠와 함께 기른 완두콩이야. 기르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어. 너희들 앞에 갖고 나오게돼 기뻐"
1, 2학년 월요일 첫 수업인'나누기' 시간. 학생들이 원을 그리고 모여앉은 가운데 한 여학생이 앞으로 나왔다. 퍽 수줍나 보다, 작은 화분에 기른 완두콩을 보여주며 이 애는 쑥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은 하루에 몇번씩 주니? 얼마나 줘야 돼? 만져봐도 돼?"
한 남자애가 짐짓 관심없다는 듯 딴 곳을 보면서도 연신 질문을 던진다.
여자애는 정말 기쁘다는 듯 완두콩 화분을 이 애에게 건네준다. 아이들은 무슨 소중한 보물인 양 화분을 살펴보고는 옆으로 돌렸다.
여자애가 들어간 뒤 나온 남자애는 뉴욕 양키스 야구단이 표지사진으로 나온 잡지를 들고 나와선 "우리 아빠가 아끼는 책이야"하며 소개에 들어갔다.
나누기 시간은 이처럼 학생 전원이 돌아가며 자기가 아끼면서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물건을 갖고 나오는 시간이다.
월.화.수요일 해서 일주일에 세번 나누기시간을 갖는다. 한번에 참여하는 학생은 6명 정도. 학생들은 이를 통해 친구들과 물건뿐 아니라 얘깃거리를 나누게 된다. 생각을 발표하는 기법도 자연스레 익힌다. 무엇보다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2, 3학년 교실.
쓰기수업을 하고 있던 페니 세라핀(Penny Serafin)교사는 한국에서 취재왔다는 설명에 대번 지구본부터 들고왔다.
"여러분, 지금 한국에서 여러분을 보러온 분이 계셔요. 한국은 태평양 건너 동아시아에 있지요. 바로 이 곳입니다 "
세라핀교사는 지구본을 짚어가며 설명을 하더니 "이제부터 한국배우기 수업을 하겠으니 질문할 학생은 손을 들어요"라고 말한다.
"그곳에도 개나 고양이를 키웁니까?" "한국 학교는 어떻나요?", "대구라는 데가 어떤 도시입니까?", "돈 가치가 어떤데요?"
8, 9세 어린이다운 질문부터 선뜻 대답하기 힘든 것까지 쏟아졌다.
세라핀교사는 수업에서 과정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문제의 해답을 바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답을 찾는 과정을 지켜보지요. 교사는 왜, 그리고 무엇이 잘못됐나를 지적해주는 정도입니다. 또 학생들이 혼자서 동떨어져 답을 찾는 것보다 서로 도와가며 해답을 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세라핀교사는 특히 현장학습을 아주 강조한다고 밝혔다.
강을 가르칠 경우 그냥 교실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강가로 학생들을 데려가서 오염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물도 떠보고 생태계도 살펴보는 따위를 빠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5, 6학년 교실에선 독서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책상에 반쯤 엎드려 읽는 둥 마는 둥 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겉보기로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형편을 들어보면 실제로는 잘 짜여진 체계아래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는 먼저 학생들 수준에 따라 공부를 잘 하는 애부터 못하는 애까지 서너 명을 모아 한 조를 편성한다. 그 뒤 각 조마다 주제 하나씩을 던져준다. 학생들은 이 주제를 다룬,그러나 내용이나 저자는 다른 책을 한 권씩 선정해 읽는다.
자기 수준에 맞는 내용의 책을 골라 읽되, 다른 친구들도 같은 주제의 책을 읽게한 뒤 나중에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연스레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구도다.
이번 학기에는 '물의 순환체제', '공기오염','남북전쟁' 등 모두 8개 주제를 선정했다. 교사는 미리 도서관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수십 권 뽑아 교실에 비치해 둔 터다.
이렇게 해서 학생이 한 학기에 읽는 책은 보통 4권쯤 된다.
이 읽기학습법은 5년전 고안돼 지금 전국적으로 모범사례가 됐다고 한다.
교과서나 요약서를 통해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원문전체를 통째 읽게 한다는 것과, 학생들끼리 서로 배울 수 있도록 한 게 선진적인 방법으로 꼽혔다는 설명이다. 학생 수준에 따라 쉽고 어려운 난이도 차이는 있지만 가공된 것이 아닌 저자가 쓴 그대로의 책을 읽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행정담당 팔러(Pauler)교사는 덧붙였다. 유치원을 맡고 있는 마리아 바르니코프(Maria Barnikow)교사는 경력 6년의 고참.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3시30분까지 꼬박 한나절을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논다'.놀이-모임-간식-학습(알파벳쓰기 등)-야외활동-체육-점심-낮잠-이야기하기-음악듣기-체육-종례가 주요 일과.
바르니코프교사가 강조하는 것 역시 읽기, 쓰기, 셈하기같은 학습보다 주위의 환경과 잘 어울려 지내는 방법이다. 친구와 서로 나누고 사귀는 것, 사물을 이해하는 것 등을 주로 배우게 한다.
규칙을 배우는 것은 모임시간에서다.
다른 친구가 이야기할 때는 잘 들어주기, 모임시간에는 조용히 앉아있기 같은 질서배우기가 규칙의 대부분이다. 규칙을 어기면 놀이 참여를 제한하는 등 사소하지만 엄격한 벌칙을 준다.
"애가 있다면 이 학교에 보내겠어요. 학교 운영철학이 애들 중심이어서 좋아요" 아직 미혼의 바르니코프교사는 그러나 이 학교에 자기 애들이 많아서-학생들이 모두 자기 아이라는 얘기-아직 결혼계획은 없다며 웃었다. 〈李相勳기자〉
--콜드 스프링의 교육철학
이 학교는 유난히 협력과 창의를 강조한다. 학생들이 서로 협력을 통해 배운 뒤 이를 자기안에서 소화해 재창조해낼 것을 원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기묘한 형태의 뜨게질이 걸려 있다. 이른바 '집단 뜨게질 계획'(group wearing project). 한 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해 커다란 천에 뜨게질을 이어간 작품이다. 협력과 창의를 함께 기른다는 목표를 잘 구현한 학습법이 아닐 수 없다.
5, 6학년 상급반 학생들이 유치원 및 1, 2학년 학생들과 '언니-동생' 관계를 맺고 학습이나 각종 놀이를 같이 하게 해 협력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동양에선 익숙한 것이지만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이 나라에서는 신선한 시도가 아닐 수 없었지요"
팔러교사는 전체 조회때에는 5, 6학년생들이 지리를 잘 모르는 의(義)동생 하급생들을 인솔해 조회장으로 들어오게 한다고 덧붙였다.
상급반으로 갈수록 각종 수용시설을 찾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게 하는 것도 협력을 강조하는 맥락에서다.
미술, 음악, 체육과 함께 특별 과목의 하나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것 역시 협력을 강조한 방침에 따른 것.
학교 부근에 스페인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어 지역 공동체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스페인어를 채택하게 됐다. 이 학교를 본따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났다고 팔러교사는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