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 상황을 바탕으로 한 첩보 액션 영화 '쉬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된지 채 열흘이 안됐지만 하루 평균 12만명이 몰려 100만명 동원은 바로 눈앞이라고 한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외화를 포함해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중 같은 기간 최대 관객을 동원한 '타이타닉'을 훨씬 능가함으로써 우리 영상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쉬리'의 성공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남.북 분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재가 탁월하고, 과감한 투자에도 힘을 입고 있으며, 좋은 영화를 만들려는 영화인들의 의지와 재능도 또다른 열쇠가 됐으리라고 본다.
지난해 8월 개봉된 '퇴마록'이 화려한 영상과 사운드로 그 가능성에 대한 첫 시동을 걸었다면, '쉬리'는 여기에다 공들인 시나리오의 힘을 빌려 탄탄한 이야기를 보탰다.
특수 8군단 소속 최고 저격수의 활약과 이를 추적하는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요원, 그의 동료가 집요하게 대치해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더구나 햇볕정책 이후 우리의 현실문제로 떠오른 남.북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으면서, 무력.폭력 대결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시사해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영화는 그간 위기에 놓여 있었다. 관객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쏠렸고, 스크린 쿼터제가 축소됐으며, 미국 영화의 직배제는 우리 영화계의 설 자리를 흔들어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쉬리' 돌풍은 침체된 우리의 영상산업도 잘만 하면 활성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제 우리의 대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상산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간 우리 영화가 지나치게 흥행 위주였고 단기이익에만 신경을 곧추세워 투자 효과를 얻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대기업들이 주춤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쉬리'는 우리의 영상산업도 성공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쉬리'에 들어간 순수 제작비는 24억원이며, 광고.홍보비 7억원까지 보태면 모두 31억원이다. 방화로서는 사상 최고액이라 해도 '타이타닉'에 비하면 1%도 안된다. 영화사의 계산에 따르면 서울 50만명, 전국 100백만명만 동원하면 제작비기 회수되는데 이미 그 수준에 접근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며, '문화전쟁의 시대'로 예견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 분야의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배려, 영화인들의 새로운 분발을 기대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횡을 막고, 방화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쉬리'의 성공은 이미 충분히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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