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논란 어금니 문 JP

입력 1999-02-20 15:03:00

김종필(金鍾泌)총리는 19일 하룻동안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김총리가 출근하지 않은 것은 총리취임후 처음이다. 오효진(吳效鎭)공보실장은 19일 "김총리가 치통때문에 18일 오후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은뒤 쉬고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1주년을 앞두고 '내각제 담판론'이 급부상하는 등 정국현안으로 대두돼있는 상황에서 김총리의 갑작스런 '결근'은 정가의 관심을 끌고있다. 치통때문이라지만 최근의 정국상황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때문이다.

김총리는 이달초부터 10여일간 중동과 인도를 순방하고 돌아온 뒤에도 곧 바로 설연휴기간동안 대구와 부산 등지를 돌면서 지역인사들을 만나는 등 다소 무리한 게 사실이다. 총리실측은 김총리의 치통이 피로가 누적되면서 발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실장은 "김총리가 그동안 연내 내각제 개헌문제 등과 관련, 어금니를 깨물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아니냐"는 질문에 빙긋이 웃기만 했다.

김총리는 설연휴직후 대부분의 언론이 추측하고 있는 내주초 내각제 담판가능성 등에 대해 보도하자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담판은 없다'는 게 김총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김총리는 지난 연말 "내각제 개헌은 문서화돼있고 국민앞에 약속돼 있는 것"이라며 담판론을 일축한 바 있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담판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실장은 '사견'이라고 전제하고 "내각제문제는 두 사람이 밀실대화에서 결론을 낼 사안이 아니라 순리에 따라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김총리의 뜻대로 연내 내각제 개헌에 합의한다고 해도 야당에 대한 설득 등 사전 정지작업이 전혀 돼있지 않아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각제 개헌연기에 합의할 경우에도 사정이 꼬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김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되는 셈인데 굳이 지금부터 그같은 국민적 비난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하룻동안의 휴식끝에 김총리는 20일 다시 집무실에 출근했고 '결전없는' 김대통령과의 주례독대는 23일에서 22일 오후로 하루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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