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흐르는 교정-송현여중 밀알 두레반

입력 1999-02-11 14:04:00

새 학교문화 창조. 새 학기를 앞두고 각 고교와 중학교에 던져진 화두(話頭) 이다.학생 주도적 학습, 개성적·창의적 인재 양성, 학교 축제문화 창달, 토론식 수업, 현장 체험학습강화….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위해 교원 연수를 한다 공청회를 갖는다 부산하지만 수십년간 입시 위주교육만 해온 교사들은 무척 당황해하고 있다. 변화에 두려움까지 느끼는 교사들도 적지않다.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길은 있다.

대구 송현여중 1학년 9반의 또다른 반 이름은 밀알 두레반. 실패를 거듭하며 새로운 학급문화를만들어 가는 반 이다. 학생들은 문양식(文陽植·34·국어담당) 교사가 담임을 맡은 4번째 반이라밀알두레반 4기.

8일 만난 밀알들에게 구김이란 없었다. 떠들고 즐거워하고…. 밀알에게 문교사는 친구이자 젊은오빠.

밀알 3기로 곧 효성여고에 진학하는 박인영(15)양은 문교사에게 편지와 함께 종이로 접은 장미를선물했다. "선생님은 고마우신 분이세요. 처음에는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어요. 중학시절 '양식이선생님'과 인연을 같이 할 수 있었다는 건 참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또다른 학생은 인터뷰를하고 있는 문교사에게 다가와 사탕을 주기도 했다.

밀알 두레반은 자유와 책임이 강령. 회장을 뽑고, 반가를 정하고, 학급 문집을 만들고, 음악회를여는 등 모든 학급의 일을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학급 공동체 문화를 해치는 급우들에대한 징계 수준을 정할때도 밀알들이 참여할 정도. 담임은 조언자일 뿐.

"학생들의 생각을 받아들여 반을 운영할 뿐입니다. 저의 사고에 맞추려 하면 창조가 되지 않습니다"

밀알 두레반의 창조는 주로 아침 자습시간에 이뤄진다. 조용히 영어·수학을 공부하는 대신 학급회의를 하고, 토론을 하고, 계획해 놀고, 노래를 부른다.

독특한 학급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밀알 두레반의 자유분방함이 공부하는 타 학급에 피해(?)를끼칠 가능성이 있는 것.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교실 대신 시청각실이나 강당, 운동장을 이용하는방안.

주위의 냉소도 문교사를 힘들게 했다. '1년 가다 지치겠지'

그러나 문교사에게 이런 상황이 문제 되지 않았다. "학생 스스로 학급을 운영하는데 익숙해지면교사가 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학생이 즐거워하면 교사도 즐거워 집니다"밀알들은 담임에게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집단 따돌림 같은 악습이나 장기 결석자도 밀알두레반에는 없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선생님이 있기 때문. 그래서 밀알이 된 것이 자랑스럽고 행운으로 여긴다.

학부모들도 생소한 학급의 모습에 처음에는 걱정하기도 하나 한 학기만 지나면 든든한 후원자가된다.

학급 문집 제작에 참여해 딸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를 하고, 신세대들의 고민도 읽는다.밀알 두레반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반인 셈이다.

"새 학교 문화 창조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실험이 있어야 하고 실패도 따릅니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인내를 갖고 지켜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실수가 많아야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요"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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