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의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내달 21일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을 앞두고 미 할리우드에 때아닌 2차대전 논쟁이 한창이다. 묘하게도 2차대전의 참상을 그린 대감독의 영화 두편이 한꺼번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치열한경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
지난 9일 발표된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최우수 작품,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남자배우(톰 행크스) 등 11개 부문, '씬 레드 라인'은 최우수 작품, 감독, 시나리오(테렌스 맬릭)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씬 레드 라인'이 비록 후보 부문 수는 적지만, 감독의 최고 명예인 최우수 작품, 감독상 후보 등에서 '라이언…'과 만만치 않은 접전이 예상돼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
이처럼 두 영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20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는 2차대전을 소재로 삼아 흥행에도 성공한 두 거장 감독의 자존심이 걸린 작품이기 때문.
애초에 아카데미상을 노리고 '라이언…'을 제작한 스필버그 감독은 "전쟁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담은 영화"라고 자신하며 '우리 시대 최고의 전쟁영화'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황무지'와 '천국의 나날들', 단 두편의 영화로 거장 반열에 오른 테렌스 맬릭 감독이 20년만에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씬 레드 라인'도 올해 뉴욕 비평가협회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2차대전을 다룬 두 작품은 똑같이 전쟁영화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색깔이 전혀 다르다.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삼은 '라이언…'이 전쟁의 공포와 잔인함을 미국주의적 시각과 적당히 얼버무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면, '씬 레드 라인'은 전쟁 장면의 재미를 높이는데는 큰 관심이 없다.
지옥으로 변해버린 전쟁의 참혹함속에 파멸돼가는 인간에 대한 환멸, 그리고 진정한 평화에 대한갈구를 존재론적으로 접근한 세기말의 음울한 진혼곡을 담아냈다.
62년 발표된 제임스 존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8년간의 시나리오 작업 등 장장 10년에 걸친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해말 미국에서 개봉된 '씬 레드 라인'은 42년 남태평양상의 과달카날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섬에 일본군이 진지를 구축,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하자 미군은 6개월여의탈환작전끝에 승리를 거두고 이후 전세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테렌스 맬릭 감독은 과달카날섬과 환경이 유사한 호주 퀸즐랜드 더글라스 포터의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50여년전 죽음의 공포와 절망을 되살려냈다. 조지 클루니, 숀 펜, 엘리아스 코테아스, 존 트라볼타, 닉 놀테, 벤 채플린, 우디 해럴슨 등 대스타들이 촬영내내 매일 아침 6시에기상, 진흙탕을 뒹굴며 지옥의 전투 신을 만들어냈다.
'씬 레드 라인'은 삶과 죽음, 선과 악, 정상과 광기 사이의 가는 경계선을 가리키는 인간의 한계상황을 일컫는다.
잔인한 살육이 자행되는 전쟁터의 모습과 자연과 평화로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과달카날섬멜라네시아 원주민의 교차되는 모습은 삶의 중심에 갈등이나 전쟁이 아니라 가족애와 진정한 평화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20일이나 27일쯤 대구 개봉 예정.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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