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아들 3년 개근 졸업식장의 감동 모정

입력 1999-02-10 00:00:00

10일 오전 대구 청구중학교 졸업식장에는 감동에 겨운 박수가 터졌다. 약도 없다는 '근육병'으로투병 중인 아들 김용범(17)군을 눈물의 모정(母情)으로 3년 개근시킨 김홍자(43)씨가 개근상과 장한 어머니상을 받기 위해 아들과 나란히 단상에 선 것.

용범이에게 병마가 찾아 온 것은 9년 전. 초교 5학년때부터 지금까지 휠체어를 타고 집과 학교를오갔다. 그래도 초교 때부터 결석 한 번 안했다. 강철보다 강한 모정(母情)이 있었기 때문이다.어머니 김씨는 휠체어를 탄 지난 5년 동안 하루 4번 이상 학교를 오갔다. 아들의 등·하교와 용변 보는 것을 도와 주기 위해서다.

점심시간에는 아예 교실에서 용범이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용범이 친구들에게 김씨는허물없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자상한 '어머니'이자 좋은 '친구'였다.

김씨는 가슴이 미어질 때도 많았다.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못 갔을 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날 등등. 그러나 김씨는 울지 않았다. 어머니가 약해지면 아들도 약해진다는 걱정 때문에 언제나 그는 당당했다.

학교측의 정성으로 3년 동안 계단 없는 1층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3학년 반 친구들은 용범이 때문에 1학년 건물에 교실을 배정받아도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얼마 전 국내 처음으로 한 병원이 근육병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수술에 필요한근육세포를 수입하는데만 2억원. 남편의 택시운전과 자신의 부업으로 생계를 잇는 형편에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래서 김씨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실비로 수술을 받도록 해 달라고 편지를 쓸 참이다.김씨는 "장애아를 둔 부모가 당당해야 아들 딸이 건강하게 자란다"며 "용범이가 계속 공부할 수있게 도와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너무 너무 감사 드린다"고 낮게 말했다.

용범이는 대구시교육청의 배려로 집 가까운 청구고에 배정받아 의사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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