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대구고검장 5일 이임식

입력 1999-02-06 00:00:00

5일 오후3시. 4층 소회의실에 마련된 심재륜 대구고검장의 이임식장. 겉으로 이임식이지 사실은퇴임식장인 셈. 징계등으로 인한 퇴직의 경우 퇴임식을 가질수 없다는 자체 내규때문에 명찰을바꿔달았을 뿐이다.

이임식장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연단에 오른 심고검장은 5분여에 걸쳐 미리 준비된 자신의 원고를 읽어내려 갔다. "'항명 아닌 항명'의 결정으로 부끄럽지도 않은데 부끄럽게 물러나게 되니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화두를 꺼냈다.

그는 이어 "오늘날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잃고 최악의 위기에 처한 것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력만을 바라보고 일해온 일부 '정치검사'들이 그동안 검찰사에 남겨 놓은 업보때문"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거듭 밝혔다.

그는 또 "눈물이 역사앞에 떳떳해야지 출세나 영달을 위한 가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권력에 대한향수가 눈물보다 진해서야 되겠느냐"며 검찰수뇌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일상에서는 침묵이 미덕이지만 역사는 때로 용기있는 결단을 요구한다며 말을 이은 심고검장은 "검찰의 원죄를 무릎꿇어 사죄하고 한점 재로 사라져 밑거름이 됨으로써 '정의와 형평의 기준'에의해 움직이고 '검찰의 부활'을 외치는 것을 지켜보겠다"며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선다'는 말을 끝으로 이임사를 마친 심고검장의 표정은 밝았다. 비록A4용지 네쪽분량의 짧은 원고였지만 할 말을 다한 후의 후련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이임사를끝낸 심고검장은 도열해 있던 70여명의 대구고·지검 검사및 간부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날 이임식에 소요된 시간은 10분.

이어 심고검장은 기념촬영을 마친후 미리 대기하고 있던 대구2라7935호 그랜저 관용차에 올랐다.참으로 먼 길을 떠나는 순간, 심고검장이 26년10개월에 걸친 검사생활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우리는 만날때 헤어질 것을 염려한 것처럼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는다'는 말을 남긴채….

〈鄭昌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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