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최고'는 '최악'일수도

입력 1999-02-05 15:01:00

하찮은 발상이 때로는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다. 주부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킨 세탁기나진공청소기가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같은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마치 공기처럼 그 고마움을 잊고 살게 하기도 한다.더구나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과 탐구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경이롭다.

하지만 가공할만한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돼간다는 두려움도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최근 100여명의 세계 석학들이 인터넷 대화방을 통해 2천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냐'라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논쟁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발명품은 '인쇄기술'. 특권계급이 독점해온 지식을 대중으로 확산시킨 공적이 높이 평가됐다.그 다음으로는 개인의 감각에 의존한 시간의 경과를 수량화한 '시계', 가족 구조와 여성의 역할을근본적으로 바꾼 '경구용 피임약'이 꼽힌다.

가장 이색적인 것은 '모차르트의 음악'이다. '민주주의' '수학의 미적분' '지동설' '종교', 실물로존재하지 않는 철학적 사유인 '세속주의' '회의주의' '자유의지' 등도 후보로 떠올랐다. '모차르트의 음악'의 경우는 악용이나 남용의 위험성이 전혀 없어 다른 발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추천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종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모차르트라는 천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절망시켰느냐는 것이다. 또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도 이 지구촌 어느 곳에도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회의론도 있다. 인류의 역사는 발명과 발견의 역사지만 스스로 목을 죄는 역사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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