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새벽 단잠에 빠져있는 일요일 아침을 여는 소리는 초인종 소리다. 초인종 소리뒤에 서계신분은 어머니. 나는 사랑하는 두딸과 역시 그런 마음으로 나를 키워 주셨을 늙으신 어머니와함께 목욕탕엘 간다.
피로를 풀기위한 휴식같은 목욕이지만 딸들과 같이가면 어쩔수 없는 엄마가 된다. 달래고 얼러가며 뽀오얀 살이 발그레해질 때까지 밀어주다 보면 어느새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 순간에 피곤함도 잊고 커가는 딸들에 대한 대견함과 흐뭇함만이 가슴 한켠에 따뜻하게 적셔온다.그러나 잠시 시선을 거둬 옆을 볼때면 또 하나의 뭉클한 시선을 만날수 있다. 바로 나의 어머니.당신딸이 힘들게 손녀들을 씻기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 애처로운듯 지켜보고 계신다. 불혹의 나이가 된 딸이 아직도 이렇듯 안쓰럽고 귀할까.
딸들을 다 씻기고 나면 내몸을 맡길 차례다. 내 딸들처럼. 이런 모습을 남들은 흉볼지도 모르겠다.
늙은 노모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중년의 딸이라니. 하지만 그들은 모를 것이다. 어머니의 콧잔등에 송글송글 맺혀오는 기쁨과 행복의 땀방울을.
딸에게 보일세라 얼른 그 행복마저 훔쳐내는 배려를. 내가 내 딸들에게 느꼈던 대견함과 뿌듯함이 내 어머니라고 어찌 다르겠는가.
삶의 무게에 눌려 바쁘게 살다보면 내 자신의 존재감을 잊을때가 많다. 나도 어머니의 가슴속을따뜻하게 채워주던 사랑스런 등불 이었던 것을 잊고 살때가 많다.
이제 주름진 얼굴에 온통 행복의 땅방울을 머금고 내등을 밀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일상에찌든 마음까지 깨끗이 씻겨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존재가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의 가슴속에 그리고 내딸들의 기억속에….
〈대경대 의상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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