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변하고 있다. 대학에도 시장의 원리가 도입되어 고객(학생)만족 내지 고객감동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고품질의 상품(연구와 강의)개발을 위하여 교수업적평가제와 연봉제가 도입되는가하면, 졸업생에 대한 품질인증제나 A/S(재교육)까지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떤 대학은 대학간 빅딜을 통하여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개혁의 목적은 교육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내적.국제적 경쟁력을강화하는데 있다. 특히 '지식이 곧 상품'이 되는 21세기의 지식산업시대에는 인력의 수준이 바로국가의 대외경쟁력을 결정짓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경쟁력 향상을 선도해야할 대학의 개혁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더욱이 선진국들도 세계화.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위하여 과감한 교육개혁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우리의 대학들이 해묵은 병폐를 혁파하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을 이루어내야 할 교육당국과 대학구성원들의 올바른 방향설정과 실천적 개혁의지이다. 우선 대학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당국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혁정책의 부작용을직시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시급히 강구하여야 한다.
하나의 실례로 교육부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대학개혁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부제는 분명한 명분과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의 또 다른 획일화를 초래하면서 기초학문의 위기, 교육의 질 저하, 학과간 영역다툼, 전공선택을 위한 왜곡된 학점경쟁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품질향상을 위하여 채택한 학부제가 오히려 품질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초학문의 견고한 토대 위에 응용학문이 발전되어야 함에도 현행 학부제는 기초학문을 고사직전의 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편에서는 세계화시대가 요구하는 국제지역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하여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국책국제대학원들을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현지언어가영어 이외는 찬밥신세가 되고 있는 현실과 정책적 난맥상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참으로 걱정스럽다.
교육당국은 대학개혁이 본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며, 개혁의 추진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 교육당국의간섭과 대학의 눈치보기가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대학의 자생력과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다.한편 대학의 구성원들도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개혁의지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최근 우리의 대학들은 상당히 변모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나,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정적 관행이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불사주의와 안일무사주의, 연고주의와 비밀주의, 비능률과 보수성이 우리나라 대학의 오랜 병폐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와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명예를 먹고살아야 할 교수가 학내외의 크고 작은 권력을 추구하는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로 전락하거나 대학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민주적, 합리적개혁논의를 가로막는 '캠퍼스 폴리틱스'(campus politics)가 존재하는 대학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대학의 품질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학점인플레경쟁이나 수강생을 의식한 인기영합적 강의는 결국불량품을 양산함으로써 대학을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할 것이다.
이처럼 교육의 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는 무엇보다도 대학 구성원들의 깊은 반성과 개혁의지의 실천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대학인들은 더 이상 개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개혁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시대적 도전을 극복하고국가의 장래를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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