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의 그림은 바로 동심(童心)이다. 특히 유아기는 언어 보다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 욕구, 정서 등을 표현한다. 상상력과 응용력을 키우는데는 그리기가 더 없이 좋은 방법.왠만한 학부모이면 3, 4세 이상된 자녀를 미술학원에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동네마다 미술학원이지천이고 미술경시대회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부모는 어린 자녀가 벽이나 책에 낙서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조차 어린이들에게 정해진 '틀'대로, 어른의 생각대로 그릴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자. 심지어 미술대회에서 지도강사들이 어린이들의 그림에 '붓을 대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는 어린이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억제시킨다고 지적한다. 자신감과 자율성을 잃거나 타인에게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성장해 심하면 정서 불안을 낳을 수 있다는 것. 가톨릭특수교육연구소 정여주(44·여)소장은 "아동들은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데 이를억누르거나 어른의 시각으로 고친 다면 성장을 가로 막는 것과 같다"고 했다.
피카소는 자신이 어린이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데 5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린이의 상상력, 표현 욕구, 창의적 경험을 이해하려면 먼저 어린이들의 세계를 함께 느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의 형태로 어린이의 세계와 성장과정을 알아보자.
생후 12개월에서 4세까지의 그림 형태를 난화(亂畵)라고 부른다. 난화기는 필기도구로 손이 가는대로 긁적이는데서 시작한다.
2세 중반까지 나선형, 수직, 원의 형태를 그리고 2세 중반 부터 4세쯤이면 자신이 그린 것에 이름을 붙이거나 설명도 한다.
난화기에는 어른의 시각으로 섣부른 설명이나 해석을 하는 것은 금물. 자칫 표현 욕구나 흥미를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언제든지 그릴 수 있도록 크레파스, 싸인펜, 물감 등 미술재료를 주변에 두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아닐까.
3세 끝 무렵부터 7세까지는 전도식기(前圖式期). 생각하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을 사실적으로표현하게 된다. 동물, 자동차, 사람, 나무, 태양, 꽃 등을 많이 그린다. 상상력이 풍부해 대담한 색을 사용하고 두려움 없이 대상을 조합한다.
공간과 방향을 의식하고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것도 이 시기. 표현된 형태들은 서로 연결돼줄거리를 갖는다. 전도식기에는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많이 읽어 주고 일상 생활과 자연을 직접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7세부터 9세까지는 제1도식기. 보이지 않는 것도 그리며 고정된 표현 원칙들이 생긴다. 자신이 그린 그림과 자기와 관계를 표현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확대, 강조, 축소, 생략하는 것이 특징. 이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의 주제에 대한 자기와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제2도식기는 대략 12세까지. 정확성과 크기 비례에 신경을 쓰는 등 정밀화를 그리는 경향이 많다.사회적·정서적 상황이 새롭게 반영되며 우주 상상, 미래의 자동차, 만화를 흉내내고 그림에 글씨를 쓰기도 한다. 과대묘사, 풍자, 빈정되는 내용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불확실한현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소장은 "아동화는 미적인 개념으로 보지 말고 열망과 꿈의 표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어린이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주며 마음대로 그리게 하는 것이 손쉽고 훌륭한 교육"이라고 조언했다.〈金敎榮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