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타계한 시인 김남주〈사진〉 추모사업이 5주기를 맞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김씨가 남민전 사건으로 10년간 복역 후 5년간의 자유를 누리다가 숨을 거둔 때는 94년 2월 13일. 이번 5주기를 전후해 그의 시집과 서간집이 발행되고 미망인 박광숙씨의 수상집도 출간된다.또 시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를 추모하는 문학기행도 열린다.
문학동네가 펴낼 김씨의 서정시집 '낮달'은 사랑의 감성이 뭉클하게 느껴지는 60여편의 시가 실린다.
이들 서정시는 과격한 전사의 이미지로 일부 비친 그가 얼마나 대단한 낭만주의자였음을 알수 있게 한다.
〈내가 손을 내밀면 / 내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 내가 볼을 내밀면 / 내볼에와서 다스워지는햇살 /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 자꾸자꾸 자라나 / 다람쥐 꼬리 만큼은 자라나 / 내 볼에 와서 감기면 /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 내 입술에 와서닿으면 / 그녀와 주고 받고는 했던 / 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창살에 햇살이'의 전문)
그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사랑의 음유시인으로 다가선다. 조국과 헐벗은 자들을 온몸으로 사랑한김씨는 시집 제목이 상징해 주듯이 밤은 물론 낮에도 세상의 그늘을 비추고자 했다.아내 박광숙씨가 펴낸 수상집 '빈들에 나무를 심다'(푸른숲 펴냄)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강화도에서 외아들과 함께 살면서 보고 사색한 지혜의 편린을 담았다. 남민전 사건의 동지였던 박씨는농사일을 하며 재발견한 역사의 의미와 삶의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룸에서 곧 나올 김씨의 서간집 '편지'는 89년에 출간됐던 것을 보완했다. 15년형을 선고받은그는 남의 이름과 주소를 빌어 1백여통의 편지를 아내 박씨에게 보냈다. '20세기 최고의 연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서간집은 시시각각 피어오는 삶의 벼랑에서 얻은 자기성찰의 숨소리를 담고있다.
한편 김씨의 시비는 광주민중항쟁이 발생한 오는 5월 광주에 세워질 예정.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02-313-1486)와 광주민족문학작가회의(062-571-3030), 김남주시인추모사업회(062-521-6443)가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김남주 문학기행은 2월 20, 21일 서울을 출발해 전남 해남의 김남주 생가를방문한 뒤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안장된 김씨 묘지를 참배한다.
〈金炳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