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과 더불어 또 거짓말

입력 1999-01-30 14:22:00

포철의 느닷없는 대잠동 본사 사옥 건립 계획 철회는 포항을 다시한번 포철의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함께 "이제 포철의 일방통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포항시등에 상응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다.

실제 포철의 대잠동(시내) 본사 사옥 건립계획은 다분히 정치적이면서도 일방적인 것이었다. 포철이 "포항과 더불어 사는 지역기업이 되겠다"며 포항시내에 본사 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94년 7월7일.

그해 3월 주총을 통해 포철을 장악한 당시 김만제(金滿堤) 회장은 박태준(朴泰俊) 전회장 퇴진에대한 지역사회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날 '포항시내 본사'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김회장은 또 이튿날 포항시를 방문, 이같은 계획을 확인했다.

이후 포철은 이 계획을 "포항과 포철이 화합하고 더불어 사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최근까지 기회있을 때 마다 강조했다. 게다가 이 계획은 95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96년 총선, 97년 포항북구보선, 98년 지방선거 등 지난 4차례의 선거에서 직간접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특히 지난 북구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했던 박태준 전 포철회장(현 자민련 총재)은 한발 더 나아가 "본사가 있는 포항을 떠나 서울에 집중돼 있는 포철의 본사 기능을 포항으로 이전하겠다"고공약했고, 그는 당선됐다. 이에 포항시민들은 이미 발표돼 있던 포철의 시내본사 건립 계획과 본사 기능의 포항 환원이 어우러질 경우 포항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것이라며 큰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그러나 29일. 포철이 본사시내 이전을 처음 약속할 때 처럼 다시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취소, 시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포철은 포항시내 본사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포철 관계자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지금은 회사의 경쟁력 높이기가 제1의 목표"라고 철회 배경을설명했다.

또 "포철을 최고 우량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포항시민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말도 했다.그러나 포항시는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대잠지구 개발사업까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됐다.시민들은 시가 시민을 대신해 포철에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상응하는 포철의 후속조치가 나올 때까지 '포항'과 '포철'간 대립과 반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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