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서예가 남석 이성조 166폭 초대형 병풍작업

입력 1999-01-29 14:15:00

중진 서예가 공산 이남석(李南石·62)씨가 불경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약칭 法華經)을 166폭초대형 병풍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자수 약 7만자, 완성됐을때의 작품길이가 약 120여m에 이를 것으로 보여 세계 최대규모의 병풍작품이 될 것이라는 서예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팔공산아래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배자(配字:본작품을 쓰기전 다른 종이에 글자를 배치하는 초벌작업)를 시작, 매일 아침8시부터 꼬박 5시간씩 작업하여 27일 현재 139장째를 마쳤다. 늦어도 음력설전에 남은 27장의 초벌을 끝내고 설쇤후 본작품을 시작, 오는 9월쯤 완성할 계획이다.

묘법연화경은 득도한 부처가 세상에 나온 참뜻을 말한 대승경전의 하나로 7권28품(品)으로 돼있다. 내용의 심오함도 그렇지만 워낙 글자수가 엄청나 서예가들이 아예 작품화할 생각조차 못하는 불경이다.

공산은 "나역시 얼마전만 해도 법화경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며 "아마도 IMF로 혼란한 이 사회를 위해 부처님이 나를 시켜 발심(發心)된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3년 화엄경 보현행원품 5천5백자를 옮긴 60폭병풍(한진그룹소장)이 전시됐을때만해도 서예계가 떠들썩했다. 그동안 60폭짜리는 4차례, 5천3백자 금강경은 8차례 등 대작제작 경험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것.

팔힘을 아껴야하므로 초벌작업을 위한 초안(오·탈자를 막기 위해 작은 종이에 쓰는 축소판 초벌)은 아내 김승자(金勝子·57)씨의 몫이다. 서예가가 아닌 아내가 늦은 밤까지 끙끙거리며 펜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쓴"초안을 한줄씩 접어 원본과 대조하며 쓰노라면 아내에 대한늘그막의 정(情)이 새삼스럽다고.

단정하고 유려한 예서체로 초벌작업을 하고 있는 공산은 본작업에 들어가면 조금 운필을 느리게 하고 서체도 약간 변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작년부터 눈을 감은채 심안(心眼)으로 붓을 휘두르며 암중취호(暗中醉毫: 어둠속에서 붓에 취하는)의 경지를 보이는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전무후무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며 기대에 차있다.

작품말미엔 제작동기와 함께 누가 벼루를 씻고 먹을 갈고 초안을 쓰고 표구를 했는지 등도 상세히 적을 예정이어서 166폭보다 더 커질것 같다고 했다.

공산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늦어도 음력설전에 찾아가야할 것 같다. 본작업을 시작하면 외부인과의 만남, 전화조차도 일체 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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