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정진단-자동차 산업

입력 1999-01-28 14:11:00

▲배광식 국장=삼성상용차 빅딜문제는 지역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의 핵심 현안이다. 그 동안 상용차 빅딜과 관련, 논란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최근에야 삼성차 빅딜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용차는 빅딜에서제외될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상용차가 이번 빅딜에서 제외되더라도 부채때문에독자생존이 힘들다.

따라서 해외매각이나 자본유치를 통한 독자생존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빅딜 가닥이 잡히면 대구시의 정책추진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이춘근 수석연구원=어떤 형태로든 빅딜 불안감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대구시가 빅딜 결정기관이 아니어서 입장 표명이 힘들겠지만 지역경제의 사활이 걸린 일인 만큼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했으면 한다.

빅딜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정치문제로 비화돼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에 맡겨놓는 것이 옳다. 시장경제를 무시했기 때문에 빅딜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은 11개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딜은 시장기능에 맡겨놓고 여기서 탈락하는 기업은 자연 도태시키면 된다. 정부는 공정한 잣대만 제시하면 된다. 삼성상용차가 독자생존의 길로 나간다면 정부의 빅딜정책상 국내지원이 사실상 막혀있기 때문에 외국의 유수기업과 전략적 제휴나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것도 생존방편이 될수 있다.

▲배석천 교수=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세계적인 문제이다. 삼성차 빅딜도 한 부분이다. 선진국에서는 선두주자들만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 경영능력, 기술면에서 엄청나게 뒤져 있다. 대구시와 지역경제계는 삼성상용차 대구 존치 당위성만 강조한 채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상용차가 대구에 있을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자본, 기술력, 경영능력을 키울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빅딜이 어떻게 결론날지 지켜봐야 하지만 벤츠, 폴크스바겐 등과 같은 굴지의 기업이 지역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대구시가 어드밴티지를 주더라도 외국기업을끌여들여야 한다.

외국기업에 경영권을 주더라도 신 기술을 받아들여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소모적인 빅딜논쟁을 그만 뒀으면 한다.

지역의 부품업체 사정은 어떤가. 완성차업계의 뿌리가 되는 지역 부품업체가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속에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지 않는가.

▲배국장=대구에는 부품업체만 700~800개이다. 대부분 단순 하청구조에 머물고 있다. 독자수출은거의 없다.

현 상태로선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구시는 부품업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품공용화, 품질인증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부품이 국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 한독기술협력사업, 기술정보지원센터 설치등으로 지역업체들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있다.

▲배교수=현대자동차가 기아인수 이후 규모가 큰 150개 국내 부품업체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한결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실질적으로 아웃소싱을 할수 있는 업체는 2~3개에 불과하다.

현대와 대우는 조건만 맞으면 세계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아웃소싱을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경우 지역 부품업계는 완전 고사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역업계의 부품공용화, 규격화, 고품질화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에서 알 수 있다. 생존할 수 있는 기술만 도입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도 이용해야 한다.

정보부재 해결도 당면과제이다. 지역업체들의 정보수집능력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필요한 정보를 부품업체나 자동차업체에 줄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대구시의 기술정보지원센터로도 안되는 부분이 많다.

알맹이 정보가 없다. 의식개혁도 중요하다. 왜 시장개척을 해야하고 기술개발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기업인들도 많다. 대구시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연구원=완성차업체가 해외에 진출할때 자동차 부품업체와 함께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중국에 1천200개의 서비스 센터와 부품 전용공단을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폐쇄적 종속구조에서 벗어나 건전한 계열화, 협력화를 이뤄 나가야한다.틈새시장 개척과 기술확보도 필요하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중간수준인 지역 부품업계는 선진국의 앞선 기술과 개도국의 대량생산 틈새시장을 공략, 수출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외 유수의 자동차 부품업체 대구 유치 및전략적 제휴를 통해 협력화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이는 업체 독자적으로는 힘에 부친다. 지자체의 부품업체 지원기능도 중요하지만 앞장서 해외기술 및 자본을 끌어낼 방법을 찾아야 할것이다. 대구시의 부품업체 지원정책 방향이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완성차업계의 일방적 생산요구, 가격결정으로 협력업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방정부가 통제기능이 없다고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역기업 보호측면에서 적극적인감시가 요구된다.

▲배국장=참 좋은 지적들이다.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완성차업체 중심의폐쇄적 수직계열화 구조는 사라지게 된다.

완성차업체는 최고급 제품을 최저가에 조달할 수 있는 부품업체를 선정, 거래할 것이다. 때문에부품업체들의 부품공용화, 규격화를 이룰 수 있는 기구를 확대 개편, 지역업체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

대구시의 정책방향도 미래지향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병행하겠다. 최근 경제계 일각에서거론되고 있는 부품업체 통합문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다.

▲이연구원=지역 부품전용공단 조성도 필요성만 제기됐을뿐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중인 위천국가산업단지내 부품전용공단 조성이 가능할지 사실상 의문시된다.

▲배교수=기술과 국내외 수요가 있으면 부품전용공단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공단은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공단을 지정, 업체를 모으는 식의 공단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국장=위천국가산업단지내 부품전용공단 조성을 추진해왔으나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계획에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지적들처럼 부품업체와 품질공인기관, 기술정보센터 등 지원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부품전용공단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 보완할 방침이다. 위천국가산업단지가 지정돼도 입주기간이 4년정도 걸린다.

이 기간동안 인프라 구축에 대구시의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인프라가 구축되면 필요한 기업들이 공단에 자연스레 입주하게 된다.

▲이연구원=자동차산업벨트의 한 축인 구지공단 개발문제도 대우의 투자의지 상실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바퀴 빠진 수레는 굴러갈 수 없다. 시에서도 그 동안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게을리한게사실이다.

빠른시일내에 투자확답을 받아내야 한다. 구지공단은 자동차 단지로 지정돼있다. 대우가 투자를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배국장=구지공단은 82만평 규모에 98년까지 2조원 이상을 투자해 3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기로했으나 쌍용이 대우에 흡수되는 바람에 기반공사조차 덜된 상황이다. 더구나 대우는 최근 투자기간을 2004년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우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자동차벨트 조성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우에 기존 투자계획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장치산업인 자동차산업은 한 기업이 250만대 이상을 생산해야 국제경쟁에서 우위를점할 수 있다. 대우는 2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구지공단을 개발해야 한다.

▲이연구원=대구는 자동차산업의 투자여건이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다. 구미의 전자, 대구의 섬유,기계)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대구가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돼 세계시장을 노릴 수 있다.또 대구에는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다.

▲배교수=자동차산업 벨트 조성은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구지공단 개발과 삼성상용차문제는 지역경제가 발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역 중소 부품업체 활성화를 통한 세계화가 전제돼야 완성차업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 기회에 기초를 튼튼히 구축하자.

▲이연구원=삼성상용차 빅딜파문과 함께 구지공단조성 문제가 늦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획된인프라 구축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물류유통단지, 해양지향적인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조기에 건설해야 한다.

▲배교수=현실적인 문제에서 접근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바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얼마전 지역부품업체를 방문한 독일의 한 전문가는 지역 부품업체들의 경우 시스템과 효율이 떨어지고 갖고 있는 기술조차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독일과 학생교류를 통해 첨단기술을 습득한 인력을 현장에 곧바로 투입하는 기술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조기에 최정예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배국장=내륙도시의 자동차산업은 거미망같은 교통체계가 필요하다. 물류비용이 우리나라는15%정도 소요되는데 비해 외국은 5~6% 수준이다. 대구가 내륙이기 때문에 도로망 건설에 막대한돈이 들어가더라도 해양지향적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착실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정리=李鍾圭·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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