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종정 "종단운영방침 순응"친필성명

입력 1999-01-28 14:14:00

정화개혁회의를 주도해온 통도사의 월하스님이 26일 친필성명을 내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종단운영방침에 순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지난해 11월11일 총무원 청사 점거로 발화된 조계종의 분규사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함없이 '윤월하'란 이름으로 발표된 이날 성명에서 월하스님은 "송월주 3선출마를 제지하기 위해서 본인도 손을 댄 바 본의아니게 확대돼 유감천만스럽다"는 요지로 유감의 뜻을 표시한 뒤 "그러나 종단운영 방침대로 순응하기로 통도사 전원 대중이 합의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명분이나 대세로 보아 열세였던 정화개혁회의가 총무원 청사를 40여일간이나 점거, 종단을 양분구도로 만든 배경엔 종정 월하스님(지난해 11월30일 전국 승려대회와 12월30일 원로회의 결의에따라 종정 불신임)이 앞장서 깃발을 들었기때문이라는게 불교계의 해석이다. 경찰의 강제퇴거 이후로도 '별도의 총무원을 만들라'며 강경론을 내세웠던 월하스님이 사실상 백기 선언을 하게된데는 통도사 승려들의 강력한 진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엔 중앙종회가 월하스님에 대해 통도사 방장의 추대취소를 결의하고 통도사 영축총림을 해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월하스님의 상좌들과 통도사 대중들이 '이쯤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스님도 살고 통도사도 산다'며 성명발표를 간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따라 통도사 본·말사 승려들은 28일 사과의 뜻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동시에 대표단을서울에 파견, 고산 총무원장에게 선처를 호소할 계획이다.

통도사 승려들이 월하스님을 강력하게 설득하게 된 배경에는 징계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중앙종회의 영축총림 해제문제 논의도 이번 성명발표의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만약 총림이 해제돼 교구본사급으로 격하될 경우 주지 추천권 등 교구운영의 독립성이 상당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정화개혁회의는 출범을 주도했던 승려들이 최근 잇따라 이탈하고 사무처 직원들이 집단사퇴했으며 월하스님마저 손을 떼겠다고 밝혀 사실상 와해상태에 접어들었다. 교구본사 중 정화개혁회의에 가까운 자세를 보였던 수덕사와 은해사에 이어 통도사까지 총무원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힘으로써 기반을 잃게된 것.

그러나 정화개혁회의 총무원장인 정영스님은 "월하스님이 독단적으로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놓고 그런 성명을 냈다니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영스님은 "종정스님 교시에의해 정화개혁회의가 출범했지만 종정스님이라고 해서 정화개혁회의 해산권은 없다"며 법적 투쟁을 계속할 뜻을 비쳤다.

현재 정화개혁회의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관훈빌딩에 별도의 총무원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서의현·황진경 전 총무원장의 추종세력을 중심으로 111명이 남아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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