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힘든 시대 새삼스럽게 되뇌이는 이름이다.
'우리에게 아버지는 무엇인가'란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장편소설 '아버지의 우산'(문이당 펴냄)이나왔다.
여성작가 이명인씨의 이 작품은 70,80년대 경북 예천을 배경으로 시장 싸전에서 함께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삶을 대칭점으로 놓고 있다. 50년대에 태어나 경제성장기를 살아온 '나'가 아버지가 된 뒤 일제시대에 태어나 6·25 등 역사적 과도기를 겪으면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모습을 되돌아보고 있다.
자식이 어릴때 강하고 엄격하기만 한 아버지는 그 자식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힘을 잃고 뒤로 물러난다.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며 당당하던 아버지가 빈자루처럼 굽은 등을 보이며 나약해질때 자식은 비로소 아버지의 그늘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14개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마지막에 퍼즐 맞추듯 하나로 꿰어지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나'.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대학시험에 낙방하자 장남은 당연히 아버지 뒤를 이어야 한다며 나를 시장 싸전에 앉혀놓는다. 답답한 싸전생활에서 벗어나기위해 자원 입대하고, 제대 후에 서울 종로 측량학원에 다니며 해방을 맛보지만, 석달 만에 또다시 아버지에게 이끌려 싸전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첫사랑이 있지만 아버지가 손수 골라준 무던하고 튼실한 여자와 결혼한다. 서른세살 무렵아버지가 내게 싸전을 전적으로 맡기자, 사업확장 욕심때문에 결국 파산을 맞고 선산밑에 있던몇마지기의 논까지 팔게 된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힘겹게 사는 내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예천 싸전을 모두 정리해 올라온다. 세아이의 아버지가 된 자식은 결국 온 가족을 품어준 아버지의 우산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보잘것없이 허술한 우산이 가족들을 넉넉히 품지 못하는 현실에 비애를 느낀다.
전주 출신인 저자는 92년 '현대소설'에 장편 '먼 하늘 가까운 사람들'로 등단, 장편 '빼앗긴 들의사람들' '사랑에 대한 세가지 생각' 등을 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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