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장차 너무커

입력 1999-01-26 00:00:00

청와대가 25일 여야총재회담 추진지시를 내림으로써 일단 대치정국에 대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때맞춰 여야 3당총무들은 25일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국회의원들에 대해 전원 불구속기소처분을 내리도록 법무부에 요청키로 하는 합의를 오랜만에 이뤄냈다.

또 각 당은 여야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한 원내총무와 사무총장 접촉 그리고 여야 중진급을 대표로 하는 대화통로를 일제히 열어 총재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여야 공히 극한 대치정국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언제까지나국회를 버리고 밖으로만 나돌 수도 없는데다 투쟁국면이 길어질수록 당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으로서는 단독 청문회로 김이 빠진데다 2월에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야하고 4월10일 이전에는 16대총선을 위한 정치개혁입법을 완료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요소도 야당을 향한 대화에 나서게 만드는 요인이다.

야당이 불참할 경우 추경안 단독처리로 스타일을 구기는 것은 고사하고 지상과제라는 정치개혁안도 단독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야당이 불참할경우 정치개혁은 물 건너갈 공산이 더 크다.

이처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산재해 있고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여야가 극적으로 정국현안 일괄타결을 위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구 안기부)의 정치사찰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야당에 대해 국정파트너십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고 여당은 사과 불가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정국주도권을잡기위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당이 여전히 한나라당을 향해 지역감정 선동행위 색출과 엄단입장을 밝히고 있고 야당도 총재회담 제의 진의가 불확실하다며 이달 말쯤 포항에서 '독도사수 및 한일어업협정 반대'를주제로 내건 대규모 규탄집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해 표면상으로는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또한 여야가 서로 한발씩 물러선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입장차이가 너무 커 합의를 이뤄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여당 단독청문회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부자를 제외한 주요 증인심문을 마치고 사실상 이달 말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점도 야당으로 하여금 "급할게없다"는 느긋함을 갖도록 하고있다. "다 끝이 난 마당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내 공통된 여론이다.

따라서 활발한 물밑접촉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기세싸움이 한차례 지나고 김전대통령의 증언 거부로 경제청문회가 사실상 막을 내리는 다음달 초순이나 돼야 여야총재회담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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