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시설 부실화

입력 1999-01-25 00:00:00

실업자 재취업훈련 붐을 타고 지난해 급증한 직업훈련시설중 상당수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기존직업연수원은 도산위기에 몰리는 등 실업자 흡수에만 급급했던 노동부의 대책없는 훈련시설 양산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 지역에서는 불황으로 일반 수강생이 급감한 사설학원 70여곳이 정부의 실업자훈련비용 지원에 힘입어 교육설비를 확충해가며 실업자훈련시설로 돌아서는 바람에 100곳이 넘는 직업훈련시설이 난립, 훈련생 모집경쟁을 벌였다.

게다가 지방노동관서들은 훈련시설들이 경쟁적으로 동일과정을 개설하자 나눠주기식 정원배정을해 일부 학원들은 적정인원을 채우지 못해 적자운영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일부 노동관서는 앞다퉈 예산을 쓰고 훈련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훈련과정 개설을 허가해준 바람에 지난해 9~12월에는 대구 중.남구에서만 4개학원이 똑같은 이.미용과정을 개설, 훈련생 240명을 동시에 모집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ㄷ직업훈련원 관계자는 "시설투자, 강사료 등을 고려할 때 수강생이 최소 50명을 넘어야 운영이가능한데 타기관도 동일과정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올해엔 정원 25명이 배정됐다"며 "결국 초보강사를 쓰거나 재료비 등을 줄여 적자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또한 훈련시설간 과당 경쟁을 막는다며 올해부터 '학원의 경우 3년이상 교육경력이 있는 곳'만 실업자 재취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가 신규 사설학원들이 집단 반발하자 '학원장 등이 3년이상 교육경력'이 있는 것으로 후퇴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근로자 1천명이상 대규모사업장 마다 의무적으로 직업유지훈련을 하던 제도가 없어지는 바람에 존폐기로에 선 지역의 한 직업연수원 관계자는 "실업자 훈련수당마저 대폭 줄고동일과정을 개설한 사설학원들과의 경쟁도 치열해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업훈련시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장기 계획도 없이 무더기로 훈련기관을인정, 과당경쟁을 부추겨놓고 뒤늦게 훈련비 지원을 낮추고 수강정원을 나눠주는 것은 훈련시설부실화와 질적 하락을 가져오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7천377억원을 들여 실직자 36만여명에 대해 직업훈련을 실시했으나 재취업률은7%에 그쳤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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