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친구야 괜찮아 힘내

입력 1999-01-23 14:09:00

연초에 모친상을 당했다. 연휴중이었지만 일가친척뿐만 아니라 평소 아는 여러분들이 문상을 와주어 어머니를 잃은 죄인으로 송구하고 이웃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빚진 자로서의 한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어머님 장례식에 참석했어야 할 죽마고우인 한 친구가 보이질 않아 슬펐다. 나보다도 공부도 잘 했고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며 모든 운동도 잘 했던 그 친구는 돌아가신 어머님도 무척 좋아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근무했고 열심히 살았지만 사업에 실패를하여 몇번이나 내게 돈을 빌려갔고 잘 갚질 못했다. 몇 해전에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내게 제법큰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가 왔다.

아는 은행에 사정하여 급히 대출하여 온라인으로 송금했지만 아직 그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도 은행에 그 돈을 갚지 못하고 매달 이자를 내고 있다. 그래서 나의 아내는 그 친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는 18년전 내가 대구의 D고등학교 음악선생으로 근무할 때 동료로 있던 윤선생을 생각한다. 소설가이며 국어를 가르쳤던 조그만 키의 윤선생님은 그 당시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분이었다.

특히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었다. 그런 윤선생님에게 큰일이 닥쳤다. 사업하는 친구를 믿고 자기 집을 담보하여 보증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부도가 나서 교도소에 가게 되었고 아끼던 보금자리인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윤선생님은 친구를 원망하기보다 매주 교도소에 면회가서 그 친구에게 "친구야, 나는 건강하고 직장도 있어서 괜찮아. 너는 재산도 잃고 명예도 잃었으니 어쩌나"하고 같이 걱정하며 위로하시던, 아직도 그 교정에 계실 윤선생님의 착한 모습이 떠오른다.

IMF 한파로 온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때 사업에 실패하고 직장을 잃은 기죽은 우리의 이웃들에게 "친구야, 괜찮아. 힘내"라고 크게 외치고 싶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