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 가까운 장래에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추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일 것이기 때문에, 21세기초 자본주의의 모습은 현재의 자본주의 추세들을 분석하면 그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0세기말 자본주의의 주요한 추세들은다음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본주의가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이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인'글로벌 경쟁'. 다국적기업들의 '글로벌 경영'과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경제에 대한 세계경제의 영향력, 국민경제들간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성장, 고용, 물가 등 거시경제에 대한 국가의 경제정책 효과는 그만큼 약화되고 있다.
둘째, 금융이 자유화되고 세계화됨에 따라 국제금융자본이 세계경제와 각 국민경제에 결정적인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자본의 운동에 크게 좌우되는 환율과 이자율의 변동이 산업자본의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투기자본이야기하는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가 세계 여러나라의 실물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양상이 나타나고있다.
국제금융자본이 외환투기와 주식투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김에 따라 취약한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는 초토화되고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셋째, 국가의 개입없는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효율성을 향상시켜 국민경제를 발전 시킨다는 신자유주의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시장만능의 사고와 적자생존의 경쟁의 논리가 더불어 살아가는연대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국제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증대, 경제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이란 이름 아래,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사회복지를 축소하여 고용불안과 생활불안 그리고노동생활의 질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그 결과 심화되고 있는 지구촌 사회의 양극화 경향은 21세기초에 자본주의의 체제위기를 초래할지 모를 모순을 배태하고 있다.
넷째,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에서 창의성있는 인적자원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지식기반경제가 출현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창의성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식소유 여부가 사회계층 분화의 중심적 요소로 되고 지식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유통을 둘러싼 대립이 주요한 사회갈등으로 등장하는 지식사회가 출현할 것이다. 지식이 지적 '자본'으로 되느냐 아니면 지적 '노동'으로 되느냐에 따라 노사간의 힘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식은 자본과 노동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될 것이다.
다섯째, 자본주의의 변화양상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변화방향이 불확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복잡성, 불안정성, 그리고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욕구의 다양성과 가변성, 급변하는 기술과 생산방식, 무한경쟁의 시장 논리의 지배, 국제금융자본의 투기활동 등 여러 요인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와 국제금융자본의 지배는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자본주의는 혼돈과 혼란, 위기와 파국, 공황과 붕괴, 일파만파의 위기증폭의 가능성을 가진 고위험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마지막으로, 20세기말 자본주의는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여 하나뿐인 지구를 존망의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이윤추구와 성장제일주의,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결합이라는 축적체제에 기초한 세기말자본주의가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산림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환경호르몬의 형성으로인한 인간생식 기능 약화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생태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이제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대안적 생활양식'을 구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닥치고 있다.
이와 같은 20세기말 자본주의의 추세들이 21세기 초에도 그대로 지속된다면, 자본주의는 전지구적 범위에서 전반적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 위기는 세계대공황이라는 자본축적의 위기, 실업과빈곤이라는 민중의 삶의 위기, 자연과 인간의 파괴라는 생태위기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3중의 위기가 중첩되면 자본주의는 대붕괴에 직면하고 인류는 야만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새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가 인류에게 희망의 세기가 되려면 이러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세기말 자본주의 추세들을 역전시키거나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국가수준과 세계수준에서 동시병행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제금융자본의 투기를 방지하는 제도를 정비하는 일,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면서도 그 부작용을억제하기 위한 합리적 제도를 갖추는 일, 노동자의 삶의 질과 기업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있는 생산시스템과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일, 고용안정과 생활안정을 위한 노동정책과 사회정책을실행하는 일, 환경친화적인 생산방식과 소비양식을 갖추는 일 등등이 요청된다.지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인류에게도, 자본주의 그 자체에게도 희망이 될 수 없다. 인류의 미래 그리고 자본주의의 미래는 21세기초에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경제체제, 공평성과 효율성 그리고 유연성을 갖춘 지속가능한 대안적 발전모델을 확립할 수 있는가에달려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