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우정구-사회2부장)

입력 1999-01-20 14:24:00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되면 우리의 조상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되기를 기원하는 신년 인사말로 덕담(德談)을 건넨다. 해가 바뀌어 우리들이 나누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도 조상들이 나눈 덕담 풍속에서 나온 말이다.

타인 먼저 생각하는 마음

우리의 조상들은 새해 인사뿐 아니라 길흉사, 대소사간에 항상 상대를 위로하고 칭찬하는 덕담을많이 주고 받았다.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 좋은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표현도 말의 영적 효험을 믿고 있는데서 나온 것이라할 수 있다.

조상들이 나눈 덕담은 주로 자손이 번창하길 바라는 내용의 생자(生子)나 벼슬을 얻도록 기원하는 덕관(德官), 재산이 번창 하길 축원하는 치부(致富)등의 말이 많이 사용됐다.요즘 우리 사회는 각박한 인심 탓인지 말 인심까지 야박해진 느낌이다. 생존경쟁이 지상 최대 명제로 떠오르면서 각분야 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요 이것이 오늘을 사는 진리로 통한다. 그래서 남이 잘 되는 것보다 내가 잘 돼야 하고 남의 좋은 일도 굳이 좋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

지난 한해, 모두가 겪은 경제난은 이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정신적 폐해를 안겨주었다. 선조들이 서로의 행운을 빌며 덕담을 나눴던 페어플레이 정신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달성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승자 자리를 다퉈왔다고나할까.

어려울수록 빛나는 보석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 현상이 지나친 물질추구로 정신적 버팀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이다. 경제가 어려웠던 지난날, 우리 모두도 자기방어에 급급해 남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온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는 어느 변호사의 수임비리도 남이야 어떻게 되던 나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이 발단이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의 마음도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덕스러움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박한 시대, 지도층의 넉넉한 마음이 그리운 때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은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욱 값진 일이 된다.

IMF 한파속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우리들은 올해만큼은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모두가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경기가 되살아나 경제가 원활히 돌아간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실직의 고통을 당한 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그 가족들과 함께 다시 웃는 모습으로 지난날의 삶을 이야기 할수 있다면 그때의 어려움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날을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올해는 우리 모두 덕담을 늘어놓는 한해를 기대해 보면어떨까.

나부터 하나씩 실천을

수년전 대구지구 청년회의소가 벌여왔던 '남의 말 좋게 하자'라는 캠페인이 올해는 더욱 활발히전개돼 시민운동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격려와 용기의 말을 전해주고 변호사 수임비리 의혹으로 곤혹스러워하는 법조인들에게도 따뜻한 말한마디로 위로한다면 우리사회는 보다 맑고 밝아지지 않을까 여겨진다.

희망찬 새해, 동양의 성현들이 깨우쳐 준 인륜의 으뜸인 덕의 정신을 나부터 실천해보자. "덕을행하면 항상 마음이 즐겁고 편하다"(作德心逸日休)는 평범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면 덕담도 저절로 나올 것이다.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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