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양초처럼 굳어버리는 불량 석유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각 정유회사가 지난해 8월부터 '보일러등유'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한 난방용 석유 중 상당수가 불량품으로, 보일러 고장은 물론 심한 그을음과 악취까지 유발하고 있어 최근 각 석유판매소와 보일러회사마다 소비자 피해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 동구 신암동 박모(40·여)씨는 "갑자기 보일러가 멈춰 확인해보니 기름이 양초처럼 굳어있었다"며 "1주일간이나 추위에 떨다 수십만원을 들여 겨우 보일러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동구 신천동 김모(44)씨는 "보일러등유 사용 후 그을음이 많이 생겨 보일러회사의 지시대로 보일러 공기조절장치를 열자 보일러가 과열, 연통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면서 보일러등유 취급을 아예 중단하는 석유판매소까지 늘고 있다.
지역 석유판매상 및 보일러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ㅅ사를 제외한 정유회사 제품 대부분이 보일러고장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등유와 저유황 경유 합성비율을 8대2 또는 7대3으로 섞어 보일러등유를 만드는 것이일반적이나 일부 정유회사들이 값싼 저유황경유의 비율을 5대5까지 높이는 바람에 불량석유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ㅇ사의 한 기술담당자는 "순수한 등유는 영하50도 이하에서 왁스현상(기름이 양초처럼 굳는 것)이 나타나지만 최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일부 보일러등유에서는 영하3도만 돼도 왁스가 석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일러등유는 기존 등유보다 1드럼(200ℓ)당 1만원 가량 싸게 공급되고 있는데도 최근 소비가 격감, 일부 정유회사들은 석유판매상들에게 마진 폭을 넓혀줄 것을 제시하면서까지 판촉활동에 나서고 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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