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수원시의 자성록

입력 1999-01-19 00:00:00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는 것은말이 쉽지 그리 용이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콧대 높은 행정기관이 스스로 과오를 반성, 자신의치부(恥部)를 밝힌 자성(自省)의 책자를 발행하기란 참으로 어려울듯 하다.

이런 측면에서 수원시가 민선 자치 3년간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에 대한 배경과 조치 내용을 담은'회고와 반성'을 발간한 것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우편으로 보내온 민원서류를 담당 부서에 직접 전달 않고 문서함에 넣는 바람에 분실된 사례, 공무원의 불친절 사례 등이 적시돼 있다.

또 어떤 부서가 2년동안 허위 출장 명령서를 작성, 1억6천700만원을 빼내 교통비.회식비.야근식대등으로 쓴 사실을 확인, 관련자를 징계했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그런가 하면 심재덕(沈載德)수원시장의 종토세.재산세등 200만원을 착오로 누락시킨 공무원 4명을 문책한 내용의 '추징'항목도 있다.

이러한 시 당국의 자성 책자 발간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음 선거를 의식한 '시장 자신의 선정(善政) PR'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심시장 자신은 "똑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의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한다. 물론 심시장의 주장에는 얼마간의 과장과 차기 선거를 노린 약간의 '정략'(政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자기 과오를 인정키보다 언론을 탓하고 모든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인우리 행정 풍토에서 스스로의 '행정 과오집'을 발간한 수원시의 결단은 어쨌든 신선한 충격인 것이다. 이처럼 처음에는 어줍잖게 시작한 것이라도 해를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정말 제자리를 잡게 되는게 법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