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운해수)-정치개혁

입력 1999-01-15 14:50:00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를 넘긴 정치개혁이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 매듭 지어질 전망이다. 정치개혁은 저비용.고효율의 생산적이고 투명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정치를 하는데 돈이 너무 들고 선거를 할수록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선출된 정치인들은 나라를 위해 일을 하기보다는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는 등 비생산적인 요소들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의 정치가 고비용 저효율의 비생산적인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원인이 있겠으나 현행 소선구제도가 그중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선거구제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를 채택해서 정치안정을 누리고 있는 제도이기는 하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누가 그 옷을 입느냐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지듯이, 과연 소선거구제가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선거구에서 적어도 5명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한 선거구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뽑을 수 있겠는가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서 선거를 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등은 아무 탈없이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있다.

물론 중.대선거구제도 단점이 있고 한국 정치의 문제점들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적어도 지금과 같은 과열선거로 인한 고비용의 비생산적 정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어느 정도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선거구에서 많은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제를 할 경우는 서로 동반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1구에서 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와 같이 사생결단식의 과열선거를 하지 않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타락불법선거나 흑색선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도 줄어들면서 자연적으로 법과제도에 충실하는 선거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제도는 하나의 선거구가 워낙 넓기 때문에 후보자가 유권자들을 선거에 너무 가까이 밀착시키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선거가 과열되지도 않고 돈으로 표를 공략해 보겠다는생각도 아예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제도는 후보자가 당선된 후에도 소선거구제처럼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는 등 특정 소지역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이 지역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으므로 국제통상 마찰해결 등 대외적 활동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생산적인 정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만 중.대선거구제로의 발상전환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여.야정치인들의 살신성인의 자세가 없이는 어렵다.

지난해 9월 어느 일간신문의 여론조사는 우리 국민의 60% 정도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소선거구제가 선거혼탁을 부채질한다고 대답했다. 적어도 이 조사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좋은 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야의 정치개혁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시킬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여당이 소선거구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정도다.이처럼 여.야가 소선거구제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져 왔던 소선거구제 유지로 자기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금과 같이 지역감정이 난무하는 정치를 오히려 즐기려는 이기주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여.야는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중에서 국민들이 어느 제도를 더 선호하고 있는지에대한 여러 번의 공개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해본 후 선거구제를 결정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당명부제의 도입 등 지엽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밀실타협으로 정략적인 정치개혁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말이 있듯이 어쩌면 우리의 정치개혁은 정권적, 정파적 이익보다는 정치의 틀을 새로 짜겠다는여당 총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오랫동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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