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울할 수가 있을까. 오랜 각고 끝에 등용의 문이 활짝 열리는 12일의 사법연수생 수료식장은 '고생 끝 행복시작'의 기쁨보다는 시종 침통했다.
보도된 사진을 보면 단상에 앉은 박상천(朴相千) 법무장관을 비롯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 박순용(朴舜用) 서울지검장등 내빈들의 얼굴은 최근의 법조계 비리를 의식한듯 굳어진채 풀릴줄 몰랐고 수료생들의 모습도 한결같이 굳은 모습이기는 마찬가지.
이자리에 참석한 윤관(尹金官) 대법원장은 치사를 통해 "법조인이 법률 기술자나 법률상인으로전락해서는 안된다"고 뼈아프게 지적하고 "최근 법조계에 대한 불신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초심을 잃지 않는 깨끗한 처신과 품위를 지키는 전문가로 거듭 태어나라"고 당부했다.다른 법조계 대선배들도 최근의 법조 비리를 직접 언급치는 않았지만 격려보다 '염려'가 많았고이에 따라 자연스레 식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던것.
실상 이종기변호사 수임비리와 연루 검사장급 2명을 포함, 현직 검사만 24명이 대검찰청에 소환,조사받게 되고 이중 몇명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인 만큼 이날의 분위기는 짐작이 간다.저간에 법조계의 비리에 대해 항간에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연초 불거진 의정부 법조비리 때도 말이 있었지만 젊은 변호사들이 각 경찰서를 돌면서사건을 수임하느라 혈안이라느니,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찾아야 '형사'사건은 효과가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검사는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있거니와 이 말은 검사가 마음만 먹으면 '죽일수도살릴수도 있을만큼' 재량권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이처럼 막강 권력의 판·검사가 부패하면 나라가 끝장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래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