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변제우)-또 불거진 법조비리

입력 1999-01-13 14:39:00

온 세상이 시커멓게 변해도 너만은 청정지대로 남아 달라는 국민들의 절박한 기대마저 저버린 법조계가 또다시 비리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비리 불감증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난세(亂世)에 그래도 법조인만은 비리에 초연해야 된다는 주문 자체가 무리일진 몰라도 그들만이 누려온 국민적 신망과 존엄을 감안할 때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법조인만은…

지난해 2월 의정부 지원 법관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대다수 국민들은 상대가 법관이라면 개혁의지도 남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우정 어린 시선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그런데 1년이 채 못 돼 또다시 대전에서 비리 사건이 불거지자 이번엔 지금까지 이들에게 베푼관용까지 보상받으려는 듯 초강경 자세를 견지, 법조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법조비리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마무리 돼야하는 이유가 법조계에 대한 불신, 냉소가 궁극적으로 법 권위 실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과거 2명의 전직대통령이 비리 등으로 구속된 이후 일부 검.판사들이 용의자 수사나 피고인 재판에서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피고인석이나 조사실에서 나온 이야기 중 "윗물이 맑아야지" "억도 아닌데 구속은" 등은 아직 법.검 주변 유행어로 남아있다.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당신네들은 깨끗하냐"는 식의 또다른 유행어가 나와 검.판사들을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두렵다.

빛바랜 윤리강령

의정부 사건 이후 대법원은 궁여지책으로 법관윤리강령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말 검사윤리강령도 마련돼 변호사 윤리헌장과 더불어 법조 3축이 모두 윤리강령을 갖게 된 셈이다.그러나 윤리강령은 상징적 의미가 커 법조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데 제몫을 하리라곤 누구든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법조리비가 한마디로 고루 퍼진 해묵은 비리라면 이젠 문서상 규제 이상의 고단위 처방이 나와야될 것 같다.

윤리강령을 두고 일부 법조인들은 지금까지 윤리강령이 없어 비윤리적 행위가 있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 법조체제는 향후 법조비리가 재현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사법연수원생 증가에 따른 변호사 양산, 정치권 소용돌이에 깊숙이 휘말려 있는 검찰, 수시로 변호사개업을 점쳐보는 법관.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비리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고단위 처방 제시를

법관들이 청렴하기로 손꼽히는 영국에서는 법관이 옷을 벗을 경우 무슨 이유로든 변호사 개업을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이는 일견 잘못 된 제도로 볼 수도 있으나 일단 청렴한 법관을 만드는데는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선 법관의 급료가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이도 우리나라 실정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 몰라도 법조비리 예방에 대한 정부의 인식 차이도없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제도가 현실적으로 어려울진 몰라도 이젠 우리나라도 윤리강령 정도로 비리를 막을 수없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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