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정치로 바꾸자-선거운동 개선

입력 1999-01-09 14:36:00

김화남(金和男), 최욱철(崔旭澈), 이명박(李明博), 이신행(李信行).

이들은 15대총선 당시의 선거법 위반으로 어렵게 얻은 국회의원직을 잃은 '억울한'(?) 사람들이다. 홍준표(洪準杓), 이기문(李基文), 노기태(盧基太)의원 등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는 대로 의원직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15대총선이후 전국 지역구당선자 233명의 절반인 118명이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이같은 숫자에 비하면 '의원직 상실'의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미미하다.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안상영, 최기선, 임창열, 이원종, 우근민지사 등 6명의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76명의 당선자가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결국 이같은 수치는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지키다가는 당선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직결된다.가장 최근에 치러진 경기도 광명을이나 부산 해운대-기장을 보선에서는 오히려 금권, 관권선거가극에 달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에도 과거의 불법·탈법선거운동은 여전했다.이같은 불법 선거운동이 활개치는 것은 선거제도가 아니라 우리 정치권의 관행과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더 타당성을 얻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정부이래로 정치개혁은 우리 정치권의 '화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올초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는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해묵은 '과제'를 화두로 삼았을 정도다.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제도개선면에서는 지난 96년 여야가 정치개혁특위를 구성, '말은 풀고 돈은 묶는다'는 취지로 선거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그러나 선거운동현장에서의 불법, 탈법양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20억원의 선거비용 정도는 이미 옛날얘기가 됐고 40억~50억원의 선거비용은 기본이었다. 보선이 여야의 대리전 성격이 되면서 여당대표가 출마한 광명을보선에서는 '동네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다닐 정도'라는 말이 돌 정도로 금권·혼탁양상은 극에 달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온 한 의원은 "지난 번과 같은 선거를 두번 치렀다가는 집안은 물론나라도 망할 것"이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여전히 우리의 선거운동이나 투표행태가 금권·관권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있다는 사실과 직결된다. 돈을 많이 써서 당선된 사람은 '돈은 곧 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권자 역시 정치인은 돈이 많아야 된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돈없는 사람이 출마하면 '돈도 없으면서 왜 나왔느냐'는 핀잔부터 들어야 한다.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들까지 입으로는 공명선거를 외치면서도 몸과 마음으로는 과거의 선거운동 양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경우 '자원'인 경우는 가족외에는 없다.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선거법이 문제가 아니라 지키지 않아도 이를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는 제도가 더 문제다.

선거운동개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듯 '선거공영제의 전면적인실시'와 선거법위반혐의에 대한 엄격한 적용뿐이다. 정치적인 잣대에 의한 자의적인 법 적용은우리의 선거문화를 퇴행시킬 뿐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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