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과 새 역사가 기다리는 2000년대를 한해 앞둔 1999년, 기묘년(己卯年)이 활짝 가슴을열었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고, 안락함을 선사하던 가정의 역할도 탈산업화.정보화 시대에 따라 많이 약화되고 변화의 기류를 타고 있다. 새로운 가족공동체 문화를 만들면서이 사회를 튼튼하게 바치고 있는 홈토피아의 현장을 찾아 본다.
〈편집자 주〉
"'마구 할머니' 나오셨어요? 너무 막 드시면 안돼요. 천천히 드시기로 약속하고, 기다리세요"
주방에서 한창 준비한 음식재료를 다듬고 있는 오전 11시. 바빠서 옆도 곁도 돌아볼 시간이 없는데 유난히 배가 커서 마구 드시는 할머니가 일찌감치 '사랑의 집' 급식소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안주인 박화숙씨(47세.경북 왜관 석전2리 445번지, 전화 0545-973-4578)와 마주친다. 박씨는 마구할머니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며 노인들을 반갑게 맞잡는다.
"노인들도 스킨십을 참 좋아해요. 막 안아주고 얘기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노래까지불러주면 더 좋아하는데 참 예뻐요. 아이들 보는 것 같아요"
한때 배구선수였던 박화숙씨는 가족에게 퍼붓던 관심과 사랑을 떼어내 6년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수년간 여기저기 몸봉사를 다닌 끝에 박씨는 고령화사회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노인들을 자주 만났고, 그래서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박씨를 '집안 일'에서 '바깥 봉사'로 빼앗길 처지가 된 남편 김영섭씨(52.경북도로관리사업소 기능직)와 세자녀 푸름(중2) 지성(초6) 은경(초6)이가 고맙게도 그 뜻을 순순히 따르며 전폭적인 지원에 가담했다.
"한창 투정을 부릴 땐데 용케도 엄마손을 기다리지 않는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주어서 눈물나게고마웠어요. 쉬는날 남편이 생수를 떠다주고, 쓰레기도 버려주지 않았다면, 또 세 자녀들도 집안일을 알아서 해주지 않았다면 '사랑의 집'은 진작에 문을 닫았을 거에요"
엄마가 빨래만 돌려놓으면 널고, 개고, 넣고 몽땅 알아서 처리하는 아들 딸이나, 공무원 빤한 월급을 자꾸 '사랑의 집'에 갖다넣어도 아까와하지 않는 남편이나 모두 봉사가 몸에 밸 정도로 사랑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모아둔 돈은 없어요. 하지만 퇴직하면 연금이 있으니 또 그걸로 살면 되죠" 세상 재화를 모으는데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남편 김씨의 묵은 맘은 박씨의 봉사행을 돕는 제일 큰 힘이다.몇년간 떠돌이봉사를 하다가 지난해 칠곡군의 도움으로 무료급식소를 차릴 공간을 확보한 박씨는매일같이 도우러나오는 평산교회 등 교인들과 힘을 합쳐서 하루 평균 1백20인분에서 1백70인분의식사를 차린다.
"매일 쌀 한말에서 한말반씩 쑥쑥 들어가는데 예산이 없어서 아찔할때가 수없이 많다"는 박씨가소박한 웃으며 "우리 가족, 평생 이렇게 살거에요"라는 한마디에 밝은 사회가 기지개켜는 것 같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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