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정국' 대립 갈수록 첨예화

입력 1999-01-05 00:00:00

국회 529호실 사건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5일의원총회와 국회정보위 등을 통해 이번 파문을 국기문란 행위로까지 한나라당측을 거듭 성토하는한편 이회창(李會昌)총재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하루전엔 국회에서 양당대책위를 갖고 야당측의 내각제 관련문건 공개로 불편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미공개 안기부문건을 추가로 폭로하는 등 대여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는 한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을 경우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한나라당측 의원들이 불참키로 한 가운데 소집된 국회정보위에서529호실 불법난입쪽에 초점을 맞춰 국가기밀문서 탈취사건으로 규정한 뒤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문제를 거듭 부각했다. 출석한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도 문제의 문건들은 안기부의 공식문건이 아니라 연락관의 개인적인 입장이나 항간에 떠도는 설 등을 적어놓은 메모에 불과하다는식으로 정치사찰의혹을 정면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양당은 지난 4일 대책위회의를 통해 529호실 불법난입사건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측이탈취한 비밀문서 내용을 조작, 공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키로 했다.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문건 공개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 등은 사실무근의 내용을 공개하는 등 문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긴급 총재단회의 등을 통해 반의회주의적 행동으로 한나라당을 강력 비난한뒤 국민회의와의 공조강화를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 등을 가진 뒤 안기부문건의 추가폭로를 통해 정치사찰의혹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대국민 호소차원에서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가두홍보전등도 전개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당은 장외투쟁까지 불사키로 하는 등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함으로써 대여투쟁에 당력을 총동원해 나가기로 했다. 물론 529호실 난입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측의 소환요구에도 일체 불응키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또한 여권이 소집한 국회정보위에 대해선 여야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취해진 데다 이번 파문은 상임위가 아니라 국회 전체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불참키로 했다.

전날 이총재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사찰행위와 관련, "김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민과 함께 모든 법적.정치적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며 "상황전개에 따라 장외투쟁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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