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뀌면 봄도 멀지 않건만, 마음이 유독 추운 세기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끊이지 않고, 그 끝이 언제 보일는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한해는 경제가 한참 뒷걸음질 하고, 기업들의 연쇄 도산과 실업 양산 사태가 이어져 많은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고통을 겪었다. 6·25 전쟁 이후의 최대 국난이라 할 수 있는 이 미증유의 경제난국은 새해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 되레 교훈을 얻었다. 자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경제난국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환위기였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병폐가 너무 깊고 덧난 데서 빚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화의식이 깔리지 않은 경제활동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소모적 정쟁은 이제 그만
어디 그 뿐이었던가. 지난날 정부의 경제 리더십은 방향감각을 잃었고, 기업은 문어발식 확대 성장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가계는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일삼는가 하면, 사회 각계 각층도 '제몫챙기기식' 집단이기주의에만 눈이 어두웠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거의 아픔들에 대한 요인을 제거하고 새 길을 트려는 노력이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개혁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새해에 새로운 각오와 변화에의 의지가 각별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더구나 올해가 가기 전에 세계 대공황이 밀어닥쳐 2000년에는 '미국 비지니스 제국'이 붕괴, 세계자본주의의 몰락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고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빅딜에 따른 대기업의 양산과 겹쳐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북한 핵 의혹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개연성이 높아진 점도 걱정이다. 미국은 완강한 입장이지만, 북한은 개혁·개방보다는 대결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짙어 무력도발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이다.
도전과 시련 극복의 해로
'문화의 세기'로 예견되는 21세기를 앞두고 선진국들은 이미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문화 전쟁'에 돌입했지만, 우리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헤매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도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우려되기도 한다.
이같은 대내외적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여전히 소모적인 정쟁을 그치지 않고 있다. 내각제 논쟁으로 새해에는 공동정권 내부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0년의 16대 국회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합종연횡의 정계 개편이 시작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6·25 전란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냈듯이, 다시 일어설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 가계 등모든 경제 주체들이 총력체제를 갖춰 나라를 새롭게 일으켜 세운다는 각오로 힘을 모은다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 한해가 고통과 좌절의 해였다면 새해는 보다 적극적인 도전과 시련 극복의 해가 돼야 한다.경제난국을 벗고 새로운 세기에 대비하려면 모든 어려움과 정면으로 맞서 국제경쟁력을 키우지않으면 안된다. 그러자면 공동정권 지도자들이 먼저 자기희생의 애국심을 발휘하고, 국민들도 그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2000년 총선의 승리에 급급하지 말고 나라의 장래를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성숙시켜나가야 한다.
'제2 한각의 기적' 이뤄야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되찾고, 무너져내린 사회 규범과 도덕률을 바로 세우는일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가계지만 근검·절약하며 열심히 사는 길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원동력임도 깨달았다. 계층·지역·세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얼마나무모한 일이며, 국가 발전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도 뼈저리게 느꼈다.이제 우리는 새 천년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바로 내년이면 새로운 세기, 총성도 없는 경제·문화전쟁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새 밀레니엄의 막이 오른다. 이 세기말에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경제를 되살리고, 새 천년을 맞이할 새로운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형 세계문화'와 문화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땀과 극기,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없다.
밝은 내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의 공감대 위에서 힘을 모아 다시 열심히 뛰기만 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반드시 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원칙과 정도를 중시하며,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꾀하고 도전하는, 슬기롭고 정상적인 삶의 회복만이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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