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1일. ㄱ씨는 회사 신년모임에 참석했다. 한달에 한번정도씩 출근하지만 날마다 화상회의를 통해 만난 탓에 신입사원까지도 낯익은 얼굴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올해 달라질 회사의 네트워킹과 암호체계 등을 휴대형 저장장치에 옮겨받는 일이 끝나자 동료들과 담소를 나눈뒤퇴근한다. ㄱ씨의 회사는 세계 곳곳에 1백여개의 지사를 두고 있지만 누구든 집에서 업무처리가가능하기 때문에 가정이 곧 사무실이다.
ㄱ씨의 부인 ㅇ씨는 주부클럽 모임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차내 PC를집에 있는 컴퓨터와 연결해 새해요리 메뉴를 뒤적이다 적당한 것을 선택한다. 차를 세우고 현관에 오면 컴퓨터가 주문한 요리재료들이 배달돼있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신년휴가 계획을 짠다. 여행을 원하는 아이들은 거실벽의 스크린을 하와이, 히말라야 등지의 영상으로 가득 메운채 조르고 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동안 ㅇ씨는 집을 비운 사이 작동할 빨래, 청소, 경비 등의 로봇을 점검한다.
20세기를 흔히 지구 탄생 이래 가장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가올 21세기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길지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기술의 진보는 종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상황을 현실로 불러낼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발전에서 유추해본다면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21세기의 생활상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낼 수 있다. 20세기말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다음 세기의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가 무엇이고 이에 따른 실생활의 변화가 어떠할지에 대한 해답을 얻어내는 일이다.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가정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컴퓨터업계의 황제답게재택근무, 홈PC 등이 보편화되는 미래의 생활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5천만달러짜리 그의 저택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수려한 주위경관을 감상하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저택. 옷깃에 전자핀을 꽂기만 하면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바로 앞의 전등이 켜지고 지나간 전등은 꺼진다.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면 어디서든 귓가에 들리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에서만 벨이 울린다. 방음시설이 잘된 극장과 리셉션 룸, 곳곳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집안은 완벽하게 네트워크화돼있다. 미래의 가정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우리는 이미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거리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고객이 화상으로 연결되면서 기업이 어디에 있느냐는 사실은 무의미해졌다. 기업간의 경쟁은 전지구촌으로 확산됐으며 세계 곳곳에서 동종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 혹은 비슷한 정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상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정과 사무실의 구분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PC만 있으면 어디서든 회사의 네트워크에 접속해 사무실에서와 꼭같이 업무를 처리할수 있다.
21세기에 가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이같은 네트워크의 발달에 기인한다. 사무실은 그저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와 친분을 확인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하고 가정이 업무처리의 중심이 될 것이다.
나아가 도시는 고용의 중심지에서 문화와 오락의 중심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무용 건물 대신박물관이나 화랑, 레스토랑, 극장 등이 주요 방문지가 되고 그곳에서 충분히 즐기도록 돕는 일이도시의 중요한 역할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관측을 배경으로 컴퓨터 업계를 비롯한 전자, 기계, 건설업 등에서는 미래형 가정에 대한연구가 가장 중요한 분야로 떠올랐다.
컴퓨터 업계는 2010년 이후 집집마다 여러대의 홈PC를 보유하게 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지금보다크기는 현저히 작아져 벽걸이처럼 걸리거나 소형 입력장치만 외부로 드러나는 형태다. 요리와 빨래는 물론 전화, 홈뱅킹, 게임, 인터넷 등 모든 일이 홈PC를 통해 처리된다.
청소용 로봇이나 첨단 경비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옷에 묻은 먼지를 공기로 털어내는 시스템이나 건강진단장치가 부착된 욕조, 각종 건강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액정화면에 표시해주는 지능형 변기 등은 이미 제품이 선보였다.
이처럼 놀라운 제품과 기술들이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다가올 21세기에 비하면 서막에 불과하다. 집체만한 크기의 컴퓨터가 온종일 걸려 해내던 일이 CD롬 하나에 저장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날 20세기말을 두고 "과연 그런 불편한시절이 있었나"라며 혀를 차게 될지 모른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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