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날 이웃사랑…이런사람 돕습니다

입력 1998-12-24 15:03:00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안 울어요"

병마와 싸우는 자식 앞에서 결코 약한 엄마가 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는 강근숙씨(40·여·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

그러나 급성임파선백혈병을 앓고 있는 승진이(11)가 "신문배달을 해서 엄마아빠를 돕고 싶다"며 어른스럽게 말할 때마다, "내가 군것질을 덜 해야 부모님이 고생을 안 하실텐데"라며 미안해할 때마다 강씨는 몰래 눈시울을 훔친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씩씩하게 자랐던 승진이. 지난해 11월 등산길에서쓰러진 아들을 데리고 올해 3월까지 병명도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기만 했던 어머니의 심정은 더욱 저며온다.

"조금만 일찍 발견했어도 병세가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었을텐데…"아파트 공사장에 실내장식품을 납품하던 승진군의 아버지는 지난 10월 IMF한파를 견디지 못하고실직자가 됐다.

승진군의 발병 후 집과 가게를 처분하고 병간호에 매달리고 있지만 한달에 1백만원꼴로 지출되는 약값을 대기도 벅찬 형편.

"TV에서나 보고 남의 일로 여겨왔던 막다른 상황에 직접 내몰리고 보니 이웃들의 온정이 얼마나따뜻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강씨는 아들을 위해 성금을 보내온 만촌초등학교 선생님들과 김치며 쌀 봉투를 내밀고 간 이웃들이 없었다면 지금껏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진이가 건강할 때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늘 말리곤 했었지요" 아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 이제는 어머니의 소원이 됐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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