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대구시의 무턱댄 외자도입

입력 1998-12-14 14:56:00

대구시가 지난해 10월 국제자본시장에서 들여온 외채 3억달러중 일부를 같은해 12월 원화로 환전한 데 대해 1년만인 최근 감사원이 '결과적으로 낭비'라고 지적하자 대구시가 못마땅한 반응을보이면서 외채도입 자체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대구시가 지난해 12월3일 우리나라가 IMF관리체제에 든 뒤에도 대구시가 외화 7천만달러를 원화로 바꿔쓴 바람에 이를 되갚느라고 비용 68억원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구시는외화를 '10년거치 일시불상환'조건으로 빌렸으나 '채무자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수준으로 떨어지면 채권자는 상환기간 전에라도 일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면계약으로 돈을빌렸었다. 감사원은 IMF로 신용이 정크본드로 떨어질것이 뻔히 예측됐는데도 대구시가 환전한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대해 대구시는 "IMF가 왔다고 반드시 정크본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하기 위해들여온 돈이어서 원화로 바꿔썼다고 강변하고있다. 또 도입당시 9백28원이었던 환율이 원화로 바꿀때는 평균 1천2백93원으로 오히려 환차익이 발생한 것이고, 일시상환때 부족한 9천만달러는 신디케이트론으로 들여왔기때문에 내년3월 다시 갚을때가 돼봐야 손익을 알수 있다며 현재 환율로도 오히려 환차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외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이진무 정무부시장은 IMF이후 일시상환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 환전을 강력히 반대했다고 대구시 관계자는 증언했다. 또 일부 실무진에서도 높은 환율만 믿고 원화로 바꾼다면 일시상환요구에 응하기 어렵다고 경고한 것으로알려졌다.

외채도입에 관여한 한 간부는 "IMF이후 달러환율이 계속 좋아지자 3억달러나 갖고있는 대구시로서는 환전유혹을 억제하느라 내부적으로 진통이 컸다"고 말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대구시는 세수부족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있다. 적어도 내년2월까지는 2억1천만달러(2천7백억원)를 외채로 들여오거나 국내은행에서 차입하지 않으면 결산을 할 수 없도록 추경까지 편성해놓았다. 여기다 내년 3월초면 또다시 9천만달러를 갚아야한다.

올 3월 일시상환요구를 받고 부족한 9천만달러를 빌리기위해 실무자들이 서울을 오가며 숨가쁘게노력해온 대구시가 해가 바뀌면서 또다시 돈빌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것으로 보인다. 돈빌리는것도 실력인가.

감사원은 대구시가 9천만달러를 단기로 빌린데 대해서도 "아무런 상환대책없이 빌렸다"며 앞으로는 상환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운뒤 돈을 빌리라고 경고했다. 대구시의 대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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