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군부대의 기강을 점검하기 위해 야간에 암행순시를 나갔다가 어느 술집에서 초급장교가 군도(軍刀)를 잡히고 외상술을 마시는 장면을 목 격했다. 나폴레옹이 이튿날 술에 취한 장교가 미처 샤벨(칼)을 되찾아 올 틈 을 주지 않고 새벽일찍 비상소집을 내렸다.
연병장 연단위에는 군법을 위반 했다는 사병 한명을 꿇어앉혀 놓은 뒤 어젯밤 그 장교에게 사병의 목을 치라 고 명령했다. 엉겁결에 진검대신 연습용 나무칼을 차고 나와섰던 장교는 그 사병이 나폴레옹의 기강시험무대에 동원된 것임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는 단위에 올라서서 칼손잡이를 빼드는 순간 나폴레옹이 들으 라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하느님, 만일 이 병사에게 죄가 없다면 이 칼이 나무칼이 되게 해주소서"
군 기강을 풍자적으로 꾸며낸 우스개같지만 최근들어 세계 4대강군(强軍) 의 명예를 드날렸던 우리 군과 공직사회 기강이 잇따라 나폴레옹군의 나무칼 같은 나라안팎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어 낯뜨겁고 곤혹스럽다.
미사일 오발, 수류탄사고, 간첩선 도주, 판문점 북한병사 접촉, 김훈중위 의문사 수사의혹이나 총풍과 세풍 얘기만이 아니다.
그럼 그 사건들 말고 또 무슨 낯부끄러울 만큼 곤혹스런 기강문제가 있다 는 거냐는 의문이 나올 것이다. 나사가 풀려도 한참 풀린 게 아니냐는 황당 한 의구심이 들게 한 기강해이 구설의 근원지는 뜻밖에도 청와대다.
바로 미사일 오발 등 군부대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하기 전인 지난 11월 12 일 김대통령께서 정상회담차 북경에 가있었을 때 일어났다는 소위 청와대 기 강해이 사건. 그게 근 한달동안 중앙언론들의 묵인아래 쉬쉬돼오다 어제 갑 자기 뽀루가 터져 버렸다. 폭로된 내용은 이렇다.
대통령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인민대회에서 한참 정상회담을 하고 있 던 그 순간 대통령 경호실장과 주치의가 제각각 자금성 관광을 나갔다는 거 다. 남의 나라 심장부에 대통령을 놔두고 경호 최고책임자가 자리를 비운채 자금성 구경을 나간 것은 생각하기 따라서는 미사일 오발사고보다 더 큰 구 멍 이라는 비판이었다.
더구나 노령에도 불구하고 빡빡하게 짜인 외교일정을 마다않고 강행해 나 가고 있는 터에 24시간 건강을 체크하고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건강상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주치의 마저 자리를 비우고 개별관광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는 구설은 외국의 국가원수 경호·의료팀이 볼때는 나폴 레옹의 나무칼같은 풍자거리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당초 이 사실은 정상외교에 누가 될 수도 있음을 고려, 언론이 모른체 입 을 닫아주었던 사안으로 며칠뒤 한나라당 모의원이 국회에서 문제 제기를 했 지만 역시 외압시비속에 기강해이 비판발언 사실을 다시 한번 언론이 덮어 버림으로써 거의 모든 국민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고 있 었던 사안이었다.
그러다 계속 미사일 오발, 수류탄 사고, 판문점 접촉 등 군기강해이 사안 이 잇따라 불거지자 공직조직의 기강해이는 윗물에서 부터 엄격히 가려져야 한다는 논리에서 눌린 풍선이 터지듯 바깥으로 불거져 버린 것이다. 경호실 장은 말썽이 나자 현장 사전답사였다는 뒤늦은 해명을 내놨지만 하부 경호원 도 아닌 실장이 관광지에 현장답사를 갔다는 해명은 납득이 어렵다는 게 폭 로 언론측의 주장이다.
큰 나사가 풀리면 작은 나사도 같이 풀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구조조 직의 생리다. 과연 총풍, 미사일, 간첩선 등 군 기강해이 사건들의 아랫물 책임자 처벌의 기강세우기가 청와대라는 윗물쪽 당사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 도의 강도로 조여질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큰 나사를 단단히 조여야 작은 나 사도 쉬 풀리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상식이 지켜지고 보여지기를 바라는것이 다.
아래위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기강이 풀린 듯한 상황속에서 대통령 혼자 외롭고 고독해 보이는 요즘이다.
金廷吉〈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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