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되는 파리 환락가, 스페인 투우장의 열기, 그리고 폭음과 자유분방한 성생활. 그러나 끝없는감각적 도취에도 불구하고 권태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신적 안주를 찾아 헤매는 방황은끝내 황무지의 퇴폐속에서 맴돌 뿐이다.
제1차세계대전의 엄청난 회오리는 당시 세계인들에게 환멸 절망 좌절만 안겨줬다. 전쟁을 끝내고돌아온 젊은이들은 삶의 뿌리를 잃어버린 채 허무감에 휩싸였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Generation)였다. 1920년대 문학사조는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며 냉소주의와 비극적 운명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1차대전의 막바지에 중위로 입대, 포탄 세례를 맞는 등 전쟁의 환멸과 죽음을 경험한 헤밍웨이는'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한 대표적 작가다.
1899년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오크파크에서 7남매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어니스트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그는 열살되던 해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생일선물로 엽총을 선물받을 만큼 사냥을 즐겼고 낚시를 좋아했다.
야성적인 아버지를 닮아 고교시절에는 축구. 육상. 권투 등 모든 스포츠를 즐겼고 중년엔 투우와경마에도 관심을 가졌다. 1946년 쿠바 아바나 근처 농장에서 생활할 당시 찾아온 손님들이 수렵가, 권투선수, 경마기수, 투우사, 군인, 목사, 영화스타들이었다는 점에서도 그의 취향을 엿볼 수있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했다. 17세때 수차례 가출하는 등 그의 방랑벽은 평생 이어졌다. 아프리카 수렵여행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쿠바. 독일. 그리스를 누볐고, 이탈리아 전선.스페인 내란 등 2차례 참전해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55세때는 아프리카 비행도중 추락사고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잡지 편집.신문기자.잡지사 특파원을 거쳤고, 4차례의 결혼과 3차례의 이혼으로 결혼할 때마다 거주지를 옮겼다.고교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진 그는 셰익스피어, 디킨스, 스티븐슨 등의 작품을 탐독했다. 특히 그의 방랑벽과 2차례의 참전경험은 '해는 또다시 뜬다'(1926년) '무기여 잘 있거라'(1929년 출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년) '노인과 바다'(1952년)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낳았다.헤밍웨이 글의 특징은 독특한 '비정(非情)의 문체'. 이는 1917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지에서 보낸 7개월 동안의 기자생활에서 익혔다.
또 대부분의 작품속에 흐르는 삶에 대한 깊은 환멸과 허무는 전쟁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1918년이탈리아 밀라노전선에 참여해 전쟁의 참상을 겪고, 포탄 파편을 맞아 부상을 입은 그는 병원에입원한 뒤 적십자사의 간호사를 만나 안타까운 사랑에 빠진다. 19세 청년에게 잊을 수 없는 이추억은 결국 '무기여 잘 있거라'의 모티브가 된다.
그는 파리와 스페인을 무대로 찰나적이고 향락적인 남녀의 전후 풍습을 묘사한 첫 장편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출간,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가로 위치를 굳힌다.
전쟁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과죽음을 묘사하고 있다. 전쟁의 허무함과 고전적 비련이 주제. 불필요한 수식어나 형용사를 배제하고 리듬과 스피드가 넘치는 신선한 '하드 보일드' 문체와 상징적 수법이 특징으로 꼽힌다.1929년 미국은 대공황으로 사회불안과 노사대립이 격화되고 작가들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다.헤밍웨이도 이를 반영하는 작품 '빈부'(1937년)를 냈다. 그는 이 작품을 경계로 적극적이고 긍정적 인생관으로 변화한다.
특히 같은 해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뒤 '반파시즘'적 태도를 드러내는 등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빈부' 이전의 작품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은 인간생활의 부정과 사회에 등을 돌린 사람들의 생활이 공통 주제였고, 허무감과 상실감이 작품속에 짙게 배여있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미국의 한 청년이 겪는 사랑 이야기. 이작품에서 그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긍정하며 인간이 져야 할 인류의 공동운명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강조한다.
헤밍웨이 만년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는 고난을 이겨낸 인간의 전형과 패배를 모르는 인간정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탁월한 문체와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다.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헤밍웨이의작품은 셰익스피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영화화됐다. 20세기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헤밍웨이는 1961년 자살의 의문을 짙게 남기며 엽총 사고사로 생을 마감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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