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계는 흡사 '야전병원'을 연상시켰다. 치료약도 없고 의사도 부족한 가운데 부상자는 속출하고, 적군의 공세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전쟁터였다.
전국 출판 유통량의 40%를 공급하던 보문당이 올초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면서 출판계는 '지식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팽배했다. 이후 IMF로 인한 출판비용증가, 판매부진,유통망 붕괴등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지역 출판계의 형편은 더욱 어려웠다. 전체 매출이 40%가량 줄고 출판종수도20% 감소했다. 대일출판사(대표 장호병)의 경우 예년 40~50종을 출판하던 것이 올해는 30여종에그쳤다. 문예동인지와 기업 사보도 잇따라 휴·폐간됐다.
서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 제일서적 반월당점이 폐점했고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서점마다 30%이상씩 매출이 떨어졌다.
출판 경향도 'IMF형'으로 바뀌어 실용서적이 대거 출간, 서점의 주요판매코너로 자리잡았다. '무점포 비지니스' '쌈짓돈으로 신바람 재테크'등 창업과 재테크류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삶의 지혜를 다룬 잠언류 책도 많이 출간됐다. 상대적으로 대하소설등 인기를 누리던 스테디셀러가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잡지류에서는 그동안 쏟아지던 연예, 스포츠잡지들이 숙지고 '좋은 생각'등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책'들이 관심을 모았다.
지난 11월말 현재 발행된 신간서적은 1억8천만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4백만부보다 11·8%가량 줄었다. 그러나 발행 종수는 오히려 늘어 출판양상이 '소품종 다량'에서 '다품종 소량'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출판유통 홍승대이사는 "이는 불황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출판계가 발버둥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 3만3천5백종의 출판종수중 순수과학과만화는 각각 31.5%와 30.5% 증가했으나 아동도서와 학습참고서의 경우 15.7%, 13.2% 감소, 가장큰 타격을 입었다.
한편 IMF가 출판계의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베끼기로 '연명'하던 '떠돌이출판사'들이 무너지고, 중복출판·아류작 출판등 그동안 고질적인 폐단으로 지적되던 '낭비적 측면'도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또 이기회에 유통현대화와 전산화작업이 시급하다는 출판계의 공통된 인식도 IMF로 인한 수확중 하나다.〈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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