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아버지(50)가 일어나 밥을 짓는 시각부터 경철군(가명·17·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은깨어 있다.
술김에 저지른 폭력으로 2년간 복역하다 지난 6월 출소한 뒤부터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 지금도 술만 마시면 딴사람이 되지만 매일 새벽 어김없이 일어나 밥상을 차려놓고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에겐 애처로울 따름이다.
4세때 나무에서 떨어져 두 다리를 못쓰게 된 경철군은 12세에 뒤늦게 입학한 초등학교조차 아직마치지 못했다.
고약을 붙이는 것 외에는 변변한 응급치료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여태껏 어긋나있는 뼛속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매주 병원에서 빼내야 한다. 병원에 가지 않는 날, 캄캄한 새벽부터 식구들이 돌아오는 저녁까지 우두커니 빈 집을 지키는 것은 경철이의 몫이다.
지난 89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마저 외지로 떠돌자 경철군 4남매는 울진을 떠나 대구로 이사왔다.
당장의 생계와 막내동생의 치료비를 위해 첫째 형(23)과 둘째형(22)은 일찌감치 중학교를 그만 두고 인쇄소며 공장으로 푼돈을 벌기위해 나섰다. 막내 병간호와 살림을 도맡고 있는 누나(19)도 이제서야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둘째 형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차례로 검정고시로 졸업했어요. 내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대학교에갈 수 있을텐데…" 경철군은 이달 말로 예정된 자신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번의 수술로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막내의 마음은 더 무겁다.
"빨리 기술을 배워서 전자제품 수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경철군은 목발을 놓는 것보다 돈 버는 일이 더 급하다고 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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