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전방까지 군기문란인가

입력 1998-12-09 15:19:00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북한군 심리전담당요원들과 수시로 접촉,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군수사당국의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경비구역 근무중 북한군과30여차례 접촉한 부소대장 김모중사를 국가보안법(회합.통신)위반혐의로 구속하고 예비역.현역 장병 5~6명을 소환조사중이란 것이다.

군수사당국의 수사착수는 귀순 북한경비병의 증언이 단서가 됐다고 한다. 귀순 북한병사는 북한경비병으로 위장한 대남심리전 특수요원인 '적공조'가 한국군지원단병사를 상대로 포섭공작을 펴왔다고 진술한 것이다.

특수요원들은 우리 경비병들에게 담배.인삼주 등을 선물하며 환심을 사려고 노력해 왔으며, 병사들 중에는 값비싼 롤렉스시계를 선물받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기밀유출여부다. 북한 심리전 요원들이 아무 이유없이 인삼주와 담배, 심지어 고가의 시계까지 선물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행여 우리측의 경비상태와 군사시설.남한내의 각계동향등에 관한 정보를 넘겨줬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접촉인지, 간첩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수사에서 규명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는 지난해 2월 공동경비구역의 우리측 소대장이었던 김훈중위의 사망사건이다. 이번에 구속된 김중사가 바로 김중위밑에서 부소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김중사는 자신의 대북접촉사실을 알고 있는 김중위의 사망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어 수사진척이 주목된다.

김중위는 근무중 경비구역내 벙커에서 권총자살한 것으로 국방부가 공식발표한바 있으나 가족들의 끈질긴 탄원으로 국회국방위 조사소위(小委)가 진상조사활동을 펴고 있는 중이다. 국회조사위원들은 조사를 할 수록 의혹이 더 커진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결과에 따라선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판문점경비병사들의 북한요원접촉사건은 그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씻어줘야 한다. 아울러 김중위의 사망사건의 진상도 백일하에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젊은 한 장교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니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라면군의 명예를 건 철저한 수사가 필수적이다.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는 군 전반의 기강해이가 국민들에게 큰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국민들에게 군은 더이상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수뇌부의 책임통감과 심기일전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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