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취임 '백날'을 맞는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백날 축하는 받지 못하고 되레 당안팎에서 예산안 처리방침의 갈팡질팡과 관련, 정치력 부재와 지도력 결여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소속의원들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씩이나 뚜렷한 기본전략도 없이 수시로 변화하는 당론때문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의 오락가락하는 방침과 이총재 등 지도부의 무원칙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이 보인 대응은 법정시한인 2일부터 시작해 아침저녁으로 바뀌고 하루가 다르게 방침이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9일 오전까지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채 또 하루를 보냈다.
여기에 당직 인선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내분도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더디게 했다. "예산안을 북풍과 경제청문회 등 다른 정치현안들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이총재의 언급에 따라 법정시한내처리를 전망케도 했으나 총풍과 예산안의 빅딜설, 제2건국위 비판론 등이 제기돼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당론을 모으기 위한 총재단회의와 의원총회도 열때마다 '대책없는'강경론이 주류를 이뤄 이총재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은 수없이 온건과 강경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줄타기를 계속해 결국 법정시한을 1주일 넘겼다. 결국 그동안 한나라당은 돌고 돌아 '총재에게 일임한다'는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혼선원인을 이총재의 지도력 부재에서 찾으려는 목소리가 높다. "이총재가강경파와 온건파 양쪽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제2건국위가 정말 당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 같으면 끝까지 실력저지를 하든지 아니면 부당성을 지적하고 표결에 불참하면 될 일이지 욕은 욕대로 먹고 시간만 허송하고 있다"고비판했다. 또 "직선총재인 만큼 방침을 정하고 밀고 나갔으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야당출신의 한 의원은 "실력저지를 한다고 해도 누가 동참할 지도 지극히 의문"이라며 당을 지배하고 있는 무기력증과 일체감 결여에도 원인이 있음을 지적했다. 도저히 당력을 한 데 모을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경북출신의 한 의원은 "그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총재 자신"이라며 "당력을 모아 나가는 것이 총재의 정치력과 지도력 아니냐"고 꼬집었다.
때문에 지역과 계파 그리고 온갖 색채를 다 포함하고 있는 당 내부의 구성상 설령 이총재체제가뿌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좀처럼 하나된 모습을 갖출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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