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관(管)통하기

입력 1998-12-09 00:00:00

'매우 중요한 것은 관(管)을 통하는 일이다.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남자의 생식기와 펜과소총이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착잡한 관의 다발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매우 흥미로운 얘기이다. 모랄리스트적 인생관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독일의 사상가이며 물리학자인 리히텐베르그(1742~99)의 경구(警句)이다.

생활 곳곳에 놓인 통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고와 사태를 보면 과연 소중한 것은 관을 제대로 통하는 일인 성싶다.

피돌기를 비롯한 인간의 신체적 구조를 비롯, 대개의 사물은 저마다 중요한 관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기에….

지난 5, 6일 대구시내 대부분 지역이 지하철 2호선 공사에 따른 매곡정수장 송수관 이설공사로수돗물이 끊겼다.

당국의 고로 물을 준비한 시민들도 많은 '물고생'을 겪었다.

이처럼 물이 흐르는 관을 막거나 잘못 연결하면 엄청난 고통과 불편이 따른다는 사실을 실감할수 있었던 일례이다.

정치권에서 여야간 '관 통하기'가 쉽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함께 지나야 할 곳

어느날 갑자기 IMF 관리체제로 추락하게 된 환란(換亂)원인규명을 위한 경제청문회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간 기(氣)싸움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서로 같이 통과할 '관'을 외면한채 '자기들만의 관'을 일관되게 관철시키겠다는 주장이 접점을 못찾고 있는 형국이다.

청문회 개시일을 8일로 합의한 지난달 여야총재간의 약속도 불발시킨 채 각기 흘러가기 힘든 '좁은 관'을 고집,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심어주고 있다.

또 있다. 최근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벌어진 군(軍)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속에 숨어 있는 '군(軍)기강 뇌관'에의 이상한 징후가 바로 그것.

주택가에 미사일 파편을 퍼부은 공군의 미사일오발사고, 육군 사병 휴게실에서의 불발탄 폭발, 해군의 조명탄 오발사고 등은 군의 생명인 '기강확립'이라는 명령이 해이한 쪽의 '관'으로 흘렀기때문이다.

매달 자녀 보육료 10여만원을 1년간 꼬박꼬박 봉투에 넣어 어린이집에 납부하고 어린이집의 수납영수증만 쥐고 억울한 한숨을 짓는 주부들.

얼마전에 국세청이 발표한 '연말정산 요령'에는 보육료는 1인당 7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혜택을 보려면 금융기관을 통해 납부한 지로 영수증이 있어야 된다는 당국의 설명에 당황할수밖에….

지로납부는 1회에 2백건 이상돼야 허용되는데, 상당수 어린이 집과 놀이방은 2백명이하만 수용해부모들이 직접 납부하는 게 현실이다.

소액이지만 세금혜택을 기대했던 주부의 마음만 상하게 한 이 제도는 '현실'이라는 '관'을 꿰뚫지못한 탁상공론의 사례라면 비약된 표현일까?

지금 국내 재벌들이 해체위기를 맞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계열사를 절반이상 줄이는 등 새판짜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

그것도 '작은 관'이 아닌 3~5개의 '큰 관'위주로….

재벌의 운명과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대관(大管)뚫기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막힘없는 흐름 기대

거침없는 경제흐름이 이뤄지도록, 동백경화증이 걸리지 않는 시원스레 확뚫린 '파이프라인'을 기대해 본다.

최근 알뜰주부를 상대로 한 크리스마스 관련 설문조사에서 '특히 받고 싶은 선물'로 '함께 할 시간' '따뜻한 말한마디'등 마음을 중시한 응답자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살림을 쪼들리게 하는 경제한파와 몸을 움츠리게 하는 엄동의 한파를 동시에 뚫고 나갈 수 있는마음과 마음을 잇는 '인정의 관'이 올 겨울엔 많이 통했으면 하는게 우리 모두의 바램일게다.'따뜻한 말한마디' '함께 할 시간'이 유난스레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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