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물품구입계약 취소 가능한가

입력 1998-12-07 14:34:00

부모 동의를 받지 않고 미성년자가 영업사원과 수십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 계약을 한 뒤 만20세가 넘어서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정모씨(24.대구시 북구 산격동)는 지난 9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37만5천원짜리 클래식 CD 음반 세트를 할부판매사원으로부터 샀다.

정씨는 물건 구입 뒤 계약을 해지하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5년동안 대금 결제를 미뤘고 결국소비자단체를 찾았다. 정씨는 소비자단체의 도움으로 비용부담없이 계약을 취소했다.김모씨(27.주부)도 8년전 노상에서 30만원 상당의 전집류를 산 뒤 10회 분할 중 2회만 납부하고나머지를 미루다 최근 반품과 함께 계약을 취소했다. 고3 여학생이 건강식품 40만원어치를 구입해 먹은뒤 대금을 내지 않은 경우도 여학생에겐 대금 지불 의무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지기도해다.

민법상 미성년자의 계약능력과 관련한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 조정결과를 보면 판매업자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물품 계약을 했을 때 부모 동의가 없었다면 제품 손상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취소할 수 있다. 이는 민법상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없이 계약 등의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것.

따라서 통상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미성년자와 구매계약을 맺을 경우 전적으로 판매업자에게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성년자의 휴대전화 가입이 늘면서 10만~20만원의 사용료 및 연체료 고지서가 날아온 뒤 부모가 동의를 하지 않았다며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다수의 경우 계약 취소가 가능하지만 부모가 한번이라도 대금을 냈거나 본인이 만 20세를 넘어분할 납부한 경우는 변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부 양순남간사는 "최근들어 미성년자 계약관련 피해구제 문의가 한달 평균60여건에 이른다"며 "판매업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일정기간 대금결제를 하지 않고 뒤늦게구제를 받으려는 소비자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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