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우이웃에 따뜻한 손길을

입력 1998-12-07 14:49:00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어려운 계절이 될 것 같다. 온 나라를 뿌리째 뒤흔드는 IMF 한파에 혹한과 잦은 눈보라마저 겹칠 것으로 예상돼 마음을 한없이 위축시킨다. 심각한 경제난과 맹추위,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는 그야말로 '엄동설한'을 실감케 한다.

이럴 때일수록 아쉬운 것은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한 '이웃사랑'이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따스한 손길은 세찬 북풍도 이겨내게 하는 '부드러움의 힘'을 지닌특히 불우한 처지에 놓인 소외계층일수록 더불어 나누는 보살핌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올해는 인한 경제난국으로 실직자가 크게 늘어나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노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움을 받지 않고는 생계를 잇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들에게는 연말연시가 어느 때보다도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월동준비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당장 끼니를 잇고 깃들일 곳이 문제이며, 마음의 상처와 소외감은 더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해마다 이맘때면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딸랑거리고, 언론사들이 앞장서 불우이웃돕기운동을 벌이는 취지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늘진 곳에서 외롭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포애의 정을나누고 삶의 용기를 북돋워 주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는 곧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모순을 조금이라도 풀어보자는 방안의 하나이기도 하다.

'상부상조'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두 팔을 걷고 나서서 돕는 것을 도리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인정이 메말라지면서 이런 미덕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내의 '왕따'(집단 따돌림)현상도 이즈음은 주된 대상이 무료급식을 받는 가난한 학생들이라니 기가 막힌다. 배가 고픈 것도 서러운데 '거지'니 '해골'이니 놀려대는 바람에 아예 굶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도 한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처럼 황폐하고 살벌해졌는지 끔찍하기만 하다.

가난한 이웃의 고통을 헤아리기는 커녕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분명 비극이다.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은 공동체 생활의 으뜸 원칙이며, 인간다운 삶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경제난국 이후 결식학생이 10만명을 넘어선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올 겨울에도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온정이 답지한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리기는 한다. 우리 모두 불우한 이웃을 향해 따스한 가슴을 열고 '십시일반'의 정성이라도 함께 나누는 훈훈한 연말연시를 맞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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