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술이야기

입력 1998-12-04 14:08:00

시비와 다툼이 술과 여자로 인함을 자주 본다. 그래서 주색잡기가 패가망신의 지름길인 모양이다.망우물(忘憂物), 배중물(盃中物), 백약지장(百藥之長)으로 불리기도 하는 술에 대한 글이 많지만술의 공과(功過)를 적절히 표현한 것은 김시습과 남효온이 주고받은 서신이 아닌가 한다.서신에서 김시습은 술을 꼭 마셔야 할 경우로 제사때, 낙성식, 환영식, 환송식, 축수연등이 있는데만일 그 자리에 술이 없다면 그 예(禮)와 슬픔, 기쁨을 다할 수 없어 계속 술을 마셔야 할 것이라완곡히 권한다.

이에 남효온은 지켜야 할 예절과 체면을 팽개치고 심하면 괜한 시비까지 걸어 자신뿐 아니라 집안과 나라를 망치는 술의 폐해를 들면서 공자같은 성인이야 잘 다스려 무탈하겠지만 찾아온 손의수레바퀴를 뽑아 우물에 빠뜨려 숨긴 후 같이 술을 마셨다는 진준같은 무리는 끝내 낭패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군(君)과 부(父)의 명이 아닌 이상 단주를 고집하겠다 밝히고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술로 이름얻은 자 술로 욕봄을 당할 수 있는 법. 나 역시 지금까지 이어온 음주행각으로 주위이웃에 적잖은 누를 끼쳐왔다. 이제 부모님의 염려를 덜고 술취하지 말고성령의 충만을 받으라는 천부(天父)의 가르침을 준행키 위해서라도 술과의 애증어린 오랜 인연을끊고자 한다.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라도 죽을 수 있고 십자가 예수 곁의 강도가 회개하고 영접함으로 바로구원을 얻은 것처럼 지금의 깨달음이 결코 그리 늦지만은 않은 것으로 자위해본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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