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종이에 민초들 삶의 흔적 고스란히

입력 1998-12-04 14:10:00

'먹고 살기 어려운 봄철이라 막내딸을 50냥에 영영 팝니다. 아비 ○○○, 글써준이 ○○○, 증인○○○'(노비문서),'내가 ○○○씨에게 장가들어 아내삼기 원하오며…'(혼인증서)대구시 수성구 파동의 파동새마을금고 지하강당.

옛물건 수집가 김정원씨(72·대구시 수성구 파동)가 옛 생활자료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연말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 지난 40여년간 수집했던 수만점의 소장품들중 일부인 3백여점을 내놓았다.

앞서 살다간 사람들의 이런저런 삶의 흔적들이 누렇게 바랜 종이위에 어제일인듯 또렷이 남아 있다.

이번 전시품목중 가장 오래전 것은 1천5백년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본의 경국대전으로 법전자체는 아니지만 당시 법률용어를 담은 법률사전격이다. 또 2백년전의 천체를 그린 천문도(天文圖),우리나라지도옆에 단군신화에서 조선조까지 역사를 담은 지도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1백80여년전의 해좌전도(海左全圖) 등의 자료들이 눈에 띈다.

옛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모습을 읽을 수 있는 자료들도 적지않다. 혼례때 신부집에서 지어올 시댁어른들의 옷치수를 신랑집에서 적어 보낸 옷본은 옛혼례풍속의 일면을 보여주며, 자손들의 재산분쟁을 막기 위한 재산분배목록표에는 아들, 조카, 사위, 종손, 외손까지 재산을 나눠주지만 처댁에는 제일 적게 분배하는 풍속을 읽게한다. 또 임진왜란 공신의 자손에게 군역, 잡역을 면해주라한 정부지시가 이행되지 않자 자손들이 고을원님에게 상소, '잘 봐주라'는 지시를 받은 문서 등흥미로운 자료들이 많다.

그밖에 간찰(편지), 지방현감 인명록, 경상도 관찰사의 궁중 진상물목록표 등을 비롯 유명 문예지창간호와 대구지역 각 학교문예지, 음악관련책 등 60년대 이전의 서적류들도 전시되고 있다. "종이로된 자료들은 멸실되거나 훼손되기 쉬워 체계적인 보관이 아쉬운 실정"이라는 김옹은 "죽기전사립박물관을 만들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의 762-9227.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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