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5개 국제영화상 휩쓴 '아름다운 시절'

입력 1998-12-03 14:03:00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보석같은 영화

세계 언론들로부터 격찬을 받은 이광모 감독(중앙대 교수)의 '아름다운 시절 에는 최초란 이름이줄줄이 붙어있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진출. 국제영화제 최다 수상기록경신, 세계 최초 영화현장 리허설 실시….

지난 한달간 프랑스 벨포르영화제 그랑프리 등 무려 5개 국제영화제상을 거머쥔 이 영화에 뒤따르는 '최초 란 수식어는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인 작품이기 때문이다.총제작 기간 11년, 시나리오 수정 25회, 7개월간 8번의 오디션을 거쳐 조연 선발, 간단한 장면 최고 32회 촬영···.

지난 94년 영화사 백두대간을 설립, 고집스레 수준높은 예술영화만을 국내에 소개해온 이광모감독의 영화 집념이 만들어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아름다운 시절 이다.

절망과 고통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간직한채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감독 자신과 관객에게 동시에 던져지는 이 화두는 '고향의 봄 풍금소리와 함께 어린 주인공 성민(이인)을 둘러싼 이웃사람들의 가슴아픈 사연들로부터 시작된다.

미군장교와 사귀는 빼어난 미모의 큰딸 영숙(명순미). 딸로 인해 미군 부대의 창고지기를 맡게 되지만 군수물자를 빼돌리다 들켜 온몸에 붉은 페인트칠을 당한채 부대에서 쫓겨나는 성민 아버지최씨(안성기).

생사를 알수 없는 남편(고동업)을 기다리며 어린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미군들의 러닝셔츠와팬츠를 빨래해주는 일을 하다 속옷을 잃어버린 대가로 미군의 정사 요구를 받아들여야하는 안성댁(배유정).

동구밖 방앗간에서 어머니 안성댁과 미군 병사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고통스러워하는어린 소년 창희(김정우)···.

빛바랜 낡은 사진첩을 넘기듯 아련히 펼쳐지는 이 슬픈 사연들은 궁극적으로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원동력을 발견하게 만든다. 현재의 시각으로 1950년대의 삶을 응시하게 하는 이 영화는10~20대 청소년들에게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고, 중장년층에게는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향수에 젖게 만든다.

18회의 색보정(일반적 3회)과 7회의 믹싱작업(일반적 1~2회)으로 영상미와 사운드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 깜깜한 어둠속에 우물 뚜껑이 열리고 동네 사람들이 마치 관객을 향해올라오라고 소리치는듯한 우물장면, 아이들이 빨래터에서 천렵을 하는 사실적인 풍경 등 아름다운 영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5일 대구극장 개봉)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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