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서상호(논설위원)

입력 1998-12-03 14:44:00

■맬더스 인구론마저

지금은 상식화 되어있는 맬더스의 인구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학설. 그러나 이는 틀린 예측이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1950~84년까지 각종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인구는 1.88배가 늘었으나 식량은 2.6배나 늘었다는 것.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하늘의 별처럼 많은 변수 때문이었을까. 일본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정확히 예측, 세계적인 명망을 얻었던 미국의 미래학자 허만칸은 예측의 어려움을이같이 말했다. "내 예측이 맞으면 내 이론이 틀렸고 내 예측이 틀리면 내 이론이 맞다"고.

29년에 일어난 미국공황을 바로 며칠 앞두고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예일대학의 어빙 피셔교수는 "대공황은 오지 않으며 온다해도 잠시뿐"이라고 예언했다가 망신을 당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선진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박사가 그렇게 많아도 누구하나 IMF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다. 엉뚱하게도 외국인인 자딘 플레밍사 한국지사의 스티브 마빈이 이를 맞춰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시간만이 정답 가려

그래도 예측은 어김없이 쏟아지고 있다. 예측의 실패가 경제학 무용론까지 발전하는 예측불신의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예측은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나은 편이다.

내년 우리경제는 플러스 성장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므로 낙관론과 비관론 둘 중 하나는 맞게 돼있기 때문이다.

환율이나 무역수지등 거시지표를 보면 낙관론이 맞는 것 같고 기업부채나 개혁부진등 실물지표를보면 비관론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낙관론중 일부는 IMF의 정책적 실패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에 대해 한국을 성공사례로 보여줄 미국과 IMF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성 예측'이라는 외국언론 보도가 있다. 대체로IMF등 관변기구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일부는 "너무 비판만 하다가는 한국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장삿속 낙관론'도 있다고 한다. 외국 민간기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어쩌면 이들이 함부로 예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낙관론은 그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낙관론자들은 대부분'개혁이 성공적'이거나 '국제경제사정이 호전된다면' 하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 점에도 유의할필요가 있다.

돈에 관한한 피도 눈물도 없는 뉴욕 월가는 소위 정황지수라는 것을 이용해 분석한다고 한다. 10가지로 된 이 지수로 판단하면 우리는 외환보유고 하나를 겨우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신용평가사들이 아직도 우리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수준에 묶어 놓고 꿈쩍 않는 이유가 여기에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년이라는 시간만이 그 정답을알수있기 때문이다.

■영욕은 지도자의 몫

지난해말 IMF는 우리경제가 98년에 3%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연히 정책도 여기에 맞춰 소위'고금리 긴축'을 단행했다. 따라서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IMF보고서도 "이 정도로 경제가 침체할줄 알았으면 일찍 긴축을 풀 것인데…"하며 실패를 인정했다.

플러스로 예측했던 경제성장은 마이너스 7%라는 엄청난 후퇴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적자라던경상수지는 4백억달러나 되는 흑자가 예상된다. 실패한 예측이 실패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그러나 예측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선택이다.

선택만 옳다면 누가 함부로 예측을 해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일본의 하시모토총리는 96년 경제가 3%의 성장세를 보이자 경기침체는 끝났다고 단정하고 재정적자를 줄여 일본경제를 개혁하고자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렸다.

이 조치는 오늘날 일본경제위기를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결국 소비세 인상은 부메랑이되어 총리자리 마저 물러나게 만들었다.

미국 후버대통령의 스무트-홀리관세법이나 영국 히드총리의 경기부양책등도 예측 실패가 가져온경제실패의 케이스다. 이에 비해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나 영국 대처총리의 대처리즘이나 한국 박정희 대통령의 박정희모델은 예측이 성공한 사례들이다. 정책의 선택이나 그 결과가 가져온 영욕은 결국 지도자의 책임이고 몫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예산이나 경기부양책등을 보면 낙관론에 맞춰 정책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예측이란 없으므로 어느 쪽이 좋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다만 DJ의 선택이 성공적인 것이 되길 바랄 뿐이다.

DJ의 실패가 나라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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