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명의 존엄성이 먼저다

입력 1998-12-03 00:00:00

정부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2000년부터는 장기이식이 합법화되고 뇌사판정자의 장기적출.이식이 더이상 숨어서 하는 의술이 되지 않게된 것이다. 불의의 사고 또는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이 새 삶을 얻게 된다는 것은반길 일이다.

뿐만아니라 회생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정된 뇌사자의 장기로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또 하나의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일도 된다.

사실상 뇌사판정에 따른 장기이식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까지 공식 집계된 장기이식 건수는 1만5천건이나 된다. 해마다수요자는 늘어 공급자의 10배나 달하고 있어 관련수술의 합법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논란을 벌여온 법안이지만,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반대의견이 계속 제시되고 있고, 우리도 반대입장을 밝힌바 있는 만큼 뇌사판정에 따른 인명경시의 풍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뇌사판정에 의학적 시비는 물론 윤리.도덕적으로도문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법시행 이전에 제도적으로 갖춰야 할 일도 있다. 먼저 뇌사판정의 적합성 문제다. 의료기관의 뇌사판정위원의 3분의 2가 출석, 출석위원 전원이 찬성할때만 뇌사판정토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이중삼중의 확인절차등 보완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회생가능한 환자가 뇌사판정으로 장기적출등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면 한사람의 죽음이 다른사람에게 생명을 주기위한 고귀한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또하나의 살인행위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기증자는 적고 수요자는 많은데 현행처럼 각 병원에서 따로 관리해서는 장기관리에 투명성이부족하다. 전국의 기증자와 수요자를 통합관리.배분하는 별도기구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는 장기분배기구가 별도로 있어 적합성검사등 세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자신들의 차례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믿음을 가질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법시행에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상업성의 철저한 배제다. 아직 합법화되지 않고 있는데도 당국의 묵인하에 거래가 이뤄져오고 있는 것이 사실로 전해지고 있다.

뇌사판정과 이식수술이 합법화되면 이를 틈탄 금전거래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 철저한 감시.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생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상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제가 어려워지고있는 때에 불법장기밀매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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