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갈대 사이로 피어나는 새벽안개, 떼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군무. 전남 순천시 대대동,소슬바람에 실려오는 갈대의 울음소리가 겨울을 알린다.
순천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남서쪽을 감싸안고 흐르는 이사천이 합류해 바다(순천만)로 흘러가는 순천시 대대동은 국내 최대의 갈대자생지다. 하류로 떠내려온 퇴적물이 쌓이면서 50여만평의갈대밭이 형성되었다. 햇살을 머금고 반짝거리는 갈대숲은 꾸불꾸불한 하천을 따라 갯벌까지 이어진다.
지금과 같이 발 디딜 틈 없이 갈대가 무성해진것은 불과 10여년전. 예전에는 갈대로 빗자루, 김발을 만들거나 땔감으로 사용했지만 80년대 후반 들어서는 손대는 사람이 없어져 자연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제때까지만 해도 대대동에는 무역선이 드나들었다. 지금은 하천폭이 15m내외로 줄어들어 작은고깃배만 왕래한다. 대대포구 아래쪽에서 줄배를 타면 갈대숲으로 들어 갈 수 있다.갈대숲에는 호젓한 오솔길이 여러갈래 나 있다. 새벽이면 순천의 소설가 김승옥이 '무진(霧津)기행'에서 자랑한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저녁이면 황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발길을 순천만으로 돌리면 갯벌과 어우러진 해변갈대의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유일하게 염습지(鹽濕地)가 남아 있는 우명마을 앞의 갈대는 키가 조금 크고 대가 세다. 일년에3~4차례만 바닷물에 잠기는 염습지는 바다가 육지로 변해가는 지역이다.
갯벌가에는 대표적인 염습지 식물인 붉은 칠면초가 갈대와 어우려져 한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마을사람들이 '기진개'라 부르는 칠면초는 1년에 7번 색깔이 바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뿌리와갯벌에서 나오는 조개류등이 새들의 좋은 먹이가 돼 이곳에서는 겨울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흑두루미, 황새, 저어새등 천연기념물 10여종을 비롯 국내에서 발견된 철새의 절반 가량인 1백40여종이 겨울을 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4천여마리만 남은 검은머리갈매기 3백~4백마리를 볼수 있다.
저녁이 되면 순천만 동쪽끝 와온포구를 찾는 것이 좋다. 바닥을 드러낸 갯벌위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고깃배와 차가운 바닷바람에 부대끼는 갈대를 적시는 노을이 일품이다.
대구~구마고속도로~내서분기점~남해고속도로~순천 IC~17번 국도~순천전문대~818번 지방도를 따라 10여분 가면 대대동이다.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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