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찬 거리, 노숙자들 동사 잇따라

입력 1998-11-21 14:38:00

20일 오전 10시30분 쯤 대구시 중구 장관동 ㄷ교회 3층 화장실에서 40대 중반의 노숙자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노숙자가 지난 6월 부터 장관동 주변을 떠돌았던 것으로 확인하고, 밤새추위에 떨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엔 대구역 계단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다가 대구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받던 50대 노숙자가 숨졌다. 노숙자 수용시설 관계자들은 "앞으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노숙자 동사가 잇따를 것"이라며 관계 기관의 대책을 촉구했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최근 기온이급격히 떨어져 길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없게되면서 비어있는 건물등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숙자들은 동사(凍死)를 우려, 동료들과 함께 밤새 술을 마시고 낮시간에 잠을 자는올빼미 생활을 하고있다.

20일 대구역에서 만난 한 40대 노숙자는 "운좋은 날은 병원 영안실에 들어가 고기 한 접시라도얻어먹고 따뜻한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면 어떻게 생활해나갈지 벌써부터두렵다"고 털어놨다.

노숙자 수용시설 관계자들은 "찬바람이 불면서 귀가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돌아가 지금 남아있는 노숙자들은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노숙자 쉼터라도 증설해 더이상의 불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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